[성광진의 교육 통(痛)]

학교 인사위원이 내부 메신저로 급하게 교사들의 의견을 묻는다. 2017년도 다면평가의 기준안 관련 인사자문회의가 열리니, 업무곤란도의 점수에 대한 두 의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한다. 제1의견은 보직(부장)교사와 담임교사의 업무곤란도 점수를 2.5점으로 똑같이 부여하자는 것이고, 제2의견은 담임교사는 2.5점, 보직교사는 2점으로 해서 담임교사들의 점수를 0.5점 높이자는 것이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이 0.5점을 둘러싸고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학교 교사들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 있다. 다면평가의 점수는 승진과 성과상여금에 모두 이용된다. 따라서 교사들은 이 점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행정적 업무 책임자인 보직(부장)교사들과 담임을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행정적 업무 담당자인 교사들이 서로 대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무곤란도 놓고 부장교사-담임교사 ‘신경전’

부장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으로 연령적으로는 담임교사들보다는 대체로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들이 젊은 담임교사들보다 점수가 높아야 연공서열상 정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담임교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학교에서의 업무곤란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담임교사들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교육의 최일선에 서서 학생과 관련한 모든 교육활동을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담임교사들의 노고는 누구나 인정한다. 거기에 학년 당 8학급 이하의 학교에서는 행정담당자로서 온갖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이 보직교사들과 동일한 점수를 준다는 데 대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100점 만점에 고작 0.5점 때문에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교사들을 흉볼 수도 있지만 0.5점을 얕볼 수는 없다. 다면평가 항목은 수업시수, 수업공개 여부, 복수의 학년과 교과지도 여부, 교문지도, 중식지도, 환경지킴이 지도, 학생생활지도, 학교교육활동 기여도, 직무연수 이수 등으로 세분되어 있지만 교사들은 대부분 엇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으므로 점수 차이가 별로 나지 않게 마련이다. 따라서 0.5점으로 순위가 확 달라질 수 있다.

올해는 성과금을 세 등급으로 나눈 학교의 경우, 최상위는 442만 6000여 원이고 최하위는 274만 3000여 원이었다. 소수점 하나의 점수로 등급이 갈리는 상황에서 성과급의 상하차이가 무려 168만 2000여 원이다. 금액 차이도 차이지만, 승진까지 결부되니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다.

특히 자신이 다른 교사들보다 비교하여 학생 지도와 행정 업무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고 성실했다고 믿어버리면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게 마련이다. 의욕적으로 일하는 젊은 교사일수록 더욱 커질 수 있다. 더욱이 교사들은 학생의 학업점수를 교육의 총체적 결과라고 믿어버리는 입시경쟁교육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점수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해서 자신의 점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단순히 담임을 맡았다고 해서, 아니면 부장교사를 한다고 해서 일정한 점수를 균등하게 주는 것은 불합리하니, 그들의 업무성과를 자세하게 지표로 제시하여 점검하고 일일이 점수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현실화되고 실정이다. 결국 소수점 두 자리, 세 자리까지 나누어지고 0.001점 차이로 성과급을 주고 승진이 되는 점수체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0.001점 차이로 성과급 주고 승진 되는 점수체계에 교사들 자괴감

그런데 과연 이러한 현상은 교육적이기는 한 것일까? 한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더 크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교사들의 움직임과 생각을 숫자화해 계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아이들과의 인간적인 소통 하나하나가 점수화하여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오늘도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교육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많은 교사들은 이런 현실 앞에서 그저 머리를 들 수 없다. 창피하기 때문이다. 교사 생활의 목적이 점수를 따서 돈도 더 받고 승진도 남들보다 빨리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학교 현장의 현실이 너무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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