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대권 두 마리 토끼 사냥 나서…여건은 녹록치 않아

안희정 충남지사는 도정과 대권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어떤 일을 하던 도정을 허투루 볼 순 없다. 검은 날이건, 빨간 날이건 도정에 좀 더 집중하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5일 간부들과의 티타임에서 한 발언이다. 페이스북 글 등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자신의 모든 언행이 대권행보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지사는 특히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지사 임무 수행을) 취사선택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한마디로 도정과 대권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안 지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뒤 작곡가 김형석 씨가 만든 전국체전 주제곡 ‘뛰어라 대한민국’을 전달받고 아산에서 열리는 한국예총 대표자대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시외버스를 놓쳐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정과 대권행보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거나 비난을 초래하는 대목도 노출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예산군개발위원회(회장 이영재)가 내포신도시 균형발전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구했지만, 안 지사는 도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이들과의 짧은 조우를 끝으로 대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외위원장 총회에 참석했다.

당시 예산군개발위원회 관계자는 “도민이 우선이지 지금 대권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권행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것은 아니지만 지역 축제에 꼭 와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산군의회 이상헌 의장(새누리당)은 지난 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군의회 의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이번 인삼축제에 못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멀어서 그러시나?”라고 압박했지만 예정대로 허승욱 정무부지사가 대신 참석했다.

도정의 여건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당장 도정 사상 최악의 치욕으로 기록되고 있는 당진·평택항 도계(到界) 분쟁 관련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오는 10월 13일 오후 2시로 잡히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역 대학가 등 초미의 관심사인 충남테크노파크(충남TP) 신임 원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가 10월 18일로 잡히는 등 안 지사의 결단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안 지사는 그동안 임기가 다 된 주요 산하기관장의 연임을 결정했으나, 충남TP의 상황은 다르다.

특히 안 지사가 10월 초 출시를 목표로 책 2권을 집필하고 있고, 주말을 이용해 전국을 순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지사의 지지층에서조차 “도정과 대권행보 둘 다 성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지사 스스로 보궐선거의 요인을 만들면 안 된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러다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도민과 공직사회에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양 부지사를 통해 도정 공백을 최소화 하면서 대권행보를 당당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안 지사가 아무리 도정에 집중한다고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지사의 측근인 박수현 전 국회의원은 “후발주자로서 (대권행보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데 도정까지 함께 챙겨야 하다 보니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도정을 더 잘 이끄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안 지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궐선거 요인을 만든다는 것은 법적·정치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도지사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도정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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