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전 충남도 부여군 부군수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는 명재상이 둘 있었다. 하나는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으로 제환공을 패자의 지위에 오르게 했다.

다음은 관중 사후 100여년 후에 활약한 제경공 때의 안영이다. 관중은 호걸이며 명민한 환공을 모셨지만, 안영은 우둔한 경공을 깨우치면서 제나라를 중흥시켜 강국으로 만든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안영을 관중보다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안영은 6척 단신(춘추시대 1척은 22.5Cm)이었지만 배포가 두둑하고, 다방면에 박식했을 뿐 만 아니라, 외교수완도 좋았다. 또 사람을 보는 눈도 높았다.

나라가 비록 흥성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한다(天下雖興 好戰必亡),
나라가 비록 평안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다.(天下雖安 忘戰必危).

사마양저의 병법서<사마법>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은 호전성의 나라니 반드시 망할 것이고, 남한은 휴전중임에도 전쟁을 잊고 있으니 반드시 위태로울 것이다.

그러면 사마양저는 누구인가? 사마양저는 제나라에 병합된 옛 진(陳)나라 사람으로 그의 당대에 집안이 몰락해 신분이 비천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알아본 안영의 추천으로 대장군이 돼 진(晉),연(燕)의 침공을 물리치고, 잃은 땅까지 회복했다.

안영이 인물을 정확히 본 것이다. 사마양저는 뒤에 대사마가 됐고, 제나라를 평안케 하는데 안영과 함께 큰 기여를 했다. 내치는 안영이, 국방은 병사에 밝은 사마양저가 맡아 나라를 안정시켰던 것이다.

사람 잘 보는 안영이지만 동 시대를 산 공자(孔子)의 등용만은 극구 반대했다. 주유천하하던 공자가 제나라에 들려 관직에 등용되길 원했고, 제경공도 대신급의 자리에 등용하려 했으나 안영이 끝내 반대해 무산됐다. “유생은 오만하고 독선적이다”는 것이 안영의 반대 이유였다.

공자 같은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옳다 하고 다른 사람과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에 제경공은 일탈을 일삼듯 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성정인데, 유교의 까다로운 예의범절을 들먹이며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고 하면, 군신 간의 불통으로 나라가 어려워질 것을 염려해 반대했던 것이라 한다. 공자는 서운했겠지만 안영으로서는 국가 장래를 내다 본 우국충정이었다.

그러면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안영과 같이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며 걱정하는 현명한 인물이 나오길 기대해도 될까? 우선 정치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정치인들 중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맡길만한 인물이 없다고 장삼이사, 필부필부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국민과 국가안위 보다는 자기 앞길만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간, 계층간 갈등과, 국론분열이나 유발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휴전상태고, 전쟁이 언제 발발할지 모를 위험한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5차례의 핵실험 끝에 핵을 규격화·소형화·다종화했느니 하면서 ‘서울 불바다 운운’을 넘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위협하고 있다. 핵 운반수단인 로켓의 성능을 높이려는 발사시험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누군가는 핵무장을 한 나라와, 핵무장을 하지 않은 나라가 다툴 경우, 핵무장을 하지 않은 나라는 “싸우다 죽거나. 미리 항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소극적 방어수단인 사드 배치마저도 반대하는-심지어 집권당인 여당 내에도 제 지역구에는 안 된다는-아리송한 인물들이 있다. 정치인들이 이러니 지역주민들도 핸드폰 전자파보다도 약한 사드 전자파를 걱정하며 배치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가안위가 걸린 문제는 설사 정치생명이 걸렸다 해도 지역구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되레 먼저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있으니 전체 정치판이 욕을 먹고, 우리나라 정치는 국가안보와 나라경제와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우둔한 얘기지만, 핵폭탄은 이념에 따라 지역에 따라 사람을 골라서 살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더 한심한 것은 북한에 그렇게 당해놓고도 이 판국에 대화 운운하고, 북한에 특사파견을 운운하는 정치인도 있다. 햇볕정책은 의도가 좋았던 나빴던 북의 핵개발에 이용됐음이 분명하고, 실패한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성불가침한 것도 아니다. 이제는 미련을 접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어느 인사가 중앙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에 의하면 햇볕정책으로 지금까지 북한에 들어간 돈이 약 8조 8000억원이라 한다. 통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돈이면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신 전투기 교체사업도 이미 완료됐을 것이다. 그 돈이 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북의 핵개발도 급속히 진전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군도 북한의 위협에 입으로만 큰소리치지 말고,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비밀무기하나라도 은밀히 개발해 국민들이 안보를 걱정할 때, 이를 밝혀 안도케 히는 것이 필요하다. 유사시 북 수뇌부를 제거할 특수부대를 창설하겠느니 운운만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 군은 북한군을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월등히 우세한 무기와 군사력을 보유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모두가 전쟁을 염두에 두고 유사시에 대비하는 국론통일이다. 전쟁이 나면 싸워서 이기겠다는 통합된 결의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온 국민이 망전필위와 유비무환을 마음에 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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