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여야 지도부 구성 맞물려 대권 '용틀임' 주목

충청대망론 여야 대표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안희정 충남지사.
충청대망론 확산, 신임 여야 지도부 구성 등과 맞물려 충청 대권 잠룡들의 용틀임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 이정현 당 대표 체제가 출범했고, 더불어민주당도 27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새 지도부가 꾸려진다. 더불어 ‘충청대망론’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충청권 여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용틀임을 보이는 잠룡은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51) 충남지사다.

'통합의 지도자' vs '성공한 도지사'…발톱 드러내는 潘과 安

충북 음성이 고향인 반 총장은 4개월 여 뒤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다. 반 총장은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대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안희정 지사도 ‘50대 기수론’과 ‘성공한 도지사’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야권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유엔사무총장과 광역자치단체장이란 신분으로 정치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지만,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서히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특정 정파의 얼굴마담"(반기문)이나 "행정보다 정치에 몰두하는 도지사"(안희정)란 비판과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특정정파 얼굴마담" vs "정치 몰두하는 도지사" 우려도

반 총장은 지난해부터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표: 리얼미터 조사 8월 차기 대선 가상 결과. 양자 및 3자 대결에서 반 총장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세계적 지도자, 통합의 지도자'를, 안 지사는 리얼미터 월간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 4개월 연속 1위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권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사람이 충청대망론의 선두에 서면서 지역사회에서도 이들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 새누리당 4선의 정우택 의원(63·청주 상당)과 공주 출신 정운찬(69) 전 총리도 충청 잠룡으로 거명되긴 하지만, 파괴력 면에서 아직 ‘반-안’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특히 반 총장의 경우 충청 정치의 거두(巨頭)로 불리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때 비공개로 김 전 총리 자택을 찾아가 배석자 없이 30여분 간 '비밀 얘기'를 나눴다. 일부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대망론과 관련한 중장기 이행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JP에 기대는 반기문, 내년 초 본격 대권 행보 '예상'

지난달에는 JP에게 "지난 5월 한국 방문 때 감사했다. 내년 1월에 뵙겠다. 지금까지처럼 지도 편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친필 서한을 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구나 이 서한은 본국과 해외공관의 외교문서 수발에 사용되는 가죽 주머니인 '외교행낭'으로 보내 논란이 일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조급함'이 생겼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외곽에서는 '반딧불이' 등 팬클럽이 결성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서는 등 '반기문 대망론'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 입성한 '安의 사람들', 문재인 넘을 꽃길 놓을까

왼쪽은 시사저널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표로, 야권 차기 대권 주자에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안 지사가 2위에 올랐다. 오른쪽은 리얼미터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표. 안 지사가 4월 부터 4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안 지사는 조승래(대전 유성갑),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정재호(경기 고양을) 등 측근들이 지난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면서 중앙 정치권 진입에 토대를 놓았다.

여기에 '신(新) 친안(친 안희정)그룹'으로 분류되는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충남 천안을)가 내년 충청권 대선을 총지휘할 도당위원장에 선출되면서 힘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안 지사는 어떻게 해서든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를 넘어서야 한다. 문 전 대표는 원내 서너 명에 불과한 '친위대'로는 버거운 상대다.

지난 17~19일까지 <시사저널>이 국내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를 묻는 질문에 68표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안 지사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10표)와 손학규 더민주 상임고문(6표), 박원순 서울시장(4표)을 제치고 2위(16표)를 했다. 물론 ‘친문(친 문재인)’이 현재 더민주 당내 주류란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세는 철옹성이다.

그렇지만 정치는 생물이며 대선 전까지 어떠한 돌발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또 정치다. 때문에 '불펜 투수'로 몸을 풀던 안 지사는 이제 '선발투수'로의 보직 전환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핫 존' 충청권, 대망론 '화룡점정' 누가 찍을까?

안 지사는 최근 공식석상 연설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언급하면서 '선발'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문 전 대표와의 예선(경선)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권 도전을 의식해 임기 중 지방행정을 지나친 정치편향으로 뒤틀면 곤란할 것이란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충청은 그동안 영호남의 대결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 열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핫 존(hot zone)'으로 들썩이고 있다. 호남을 인구로 추월했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27석으로 호남(28석)과 대등해졌다. 높아진 위상의 반영이다.

하여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가 보수 정당 최초 호남 출신이며, 당내 주류가 친박(친 박근혜)이란 점에서 '호남+TK(대구·경북)+충청' 연합체를 통한 '충청대망론'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제1야당인 더민주도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절대 강자' 자리를 내준 호남 탈환을 위해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권교체'로 맞불을 놓을 요량이다. 반기문의 대항마가 더 이상 문재인이 아닌 '안희정'이란 새로운 등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유다. 과연 누가 충청대망론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고 승천할지 주목된다. 두 잠룡의 용틀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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