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07>

애국조회, 차렷, 경례, 훈화, 선도부, 동중, 서중, 남중, 북중, 제일고, 중앙고…. 기성세대에게는 친숙한 학교 이름이며 조회, 훈화, 경례 등은 지금도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명칭과 표현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광복 71주년을 맞아 학교명 중 동·서·남·북 방위명과 중앙·제일 같은 단어를 일제강점기 잔재로 보고 대대적 청산작업에 나섰다. 교육현장에 남아 있는 식민지 흔적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경기도내 학교 중 순우리말 교명 6%도 안 돼

임연희 교육문화팀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광명지역 학교장 협의회에 갔다가 교명을 보고 황당했다"며 "학교 이름이 장난도 아니고 동서남북이 왜 그렇게 많이 쓰였는지 의아했다”고 했다. 우리는 말끝마다 일제잔재 청산을 외치지만 실상 백년대계라는 교육현장에서는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이름과도 같은 수십 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명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하려는 경기도교육감과 교육청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경기교육청은 2019년 3월 1일 독립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가는 중장기 과제의 하나로 일제잔재 청산을 선정하고 학교명에 관한 근거와 유래에 관한 전수조사까지 마쳤다.

경기교육청의 조사결과 제일, 중앙, 동서남북 등 단순히 지명을 담은 행정편의주의적 교명과 우리 고유의 지명을 일본식 의미 없는 한자어로 변경해 서열주의를 조장한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지역적 특성과 역사성을 반영해 교육적 의미를 담은 교명은 경기도내 2385개 학교 중 22.8%에 불과했으며 순우리말 학교 이름은 6%도 안됐다.

교명뿐 아니라 조회대, 애국조회, 전체 차렷·경례, 훈화 등 일본식 문화와 장학사, 장학관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미와 역할이 바뀐 교육행정 용어도 적지 않았다. 학교명과 교육현장 용어들도 중요한 학습 환경이라고 본 경기교육감의 판단은 옳다. 다만 수십 년 사용해 온 교명을 바꾸는 데 있어 학교 구성원과 동문, 지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면 문제없을 것 같다.

경기교육청의 조사결과 제일, 중앙, 동서남북 등 단순히 지명을 담은 행정편의주의적 교명과 우리 고유의 지명을 일본식 의미 없는 한자어로 변경해 서열주의를 조장한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교육현장 일제잔재 청산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교육청도 해봤으면

경기교육청의 이러한 노력을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교육청도 해봤으면 좋겠다. 대전도 서중, 동대전고, 서대전고, 서대전여고, 남대전고, 제일고, 중앙고 같은 교명이 눈에 띈다. 이들 이름도 일본의 식민지 통치 편의를 위해 동서남북의 방위작명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반대는 있을지 몰라도 바르지 않은 이름을 수백 년 계속 사용하는 것보다는 더 늦기 전에 고치는 게 현명하다.

경기교육청은 새 학교 이름으로 정약용학교나 안창호학교 등 사람 이름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많은 독립운동가와 학자를 배출한 대전도 우리 학생들에게 역사의식과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문학자이자 언론인이었던 장암 지헌영 선생은 중구 선화동에서 출생했고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는 중구 어남동에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에서 후학을 가르쳤고 별당(別堂) 동춘당이 보물로 남아 있는 송준길 선생은 대전이 낳은 학자다. 배재대가 단과대를 주시경교양대학, 김소월대학, 서재필대학으로 부르는 것처럼 대전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학교명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경기교육청의 교명변경과정이 기대되며 대전도 일제잔재 청산에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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