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개선방안 자문회의 개최…합법성, 효율성 지적 잇따라


국토교통부 지침에 위배되고 일부 고위직 공무원만 공유하는 내부 문건으로 논란(본보 6월 14일자 <천안시, 인구성장 '반쪽짜리' 된 이유> 보도)이 된 천안시의 시가화 예정용지 운용방식에 대한 개선의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천안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천안도시기본계획 시가화 예정용지 운용 개선방안 자문회의’에서 도시계획전문가, 법조인, 시민단체 등 참석자들은 이 같은 현재의 방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투기방지와 탄력적인 도시계획 운영을 이유로 2008년 도시기본계획 수립지침을 개정, 시가화 예정용지 위치 표시를 삭제하고 토지소요량을 총량제로 관리토록 했다. 

하지만 시는 난개발 방지를 이유로 ‘2020도시기본계획’상 계획된 시가화 예정용지 24곳을 붉은 점으로 표시해 관리해 왔다. 이로 인해 의회로부터 위법성을 지적받기도 하고 특정 지역의 투기 의혹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천안시의회 주일원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주 의원은 “의회의 관점에서는 천안시가 상급기관인 국토부의 훈령을 어기고 법적인 근거가 없는 내부 문건으로 위치를 표시해 관리했다고 판단한다”며 “도시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실패했다. 10여 년간 5만 호가 넘는 아파트가 건립됐지만 동남구엔 1건도 없었고, 이로 인해 천안시 인구가 10만 명이 넘게 늘었지만 동남구 지역은 오히려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천안야구장 사업에서 200억 원 이상의 보상비를 특정인에게 주는 상황도 발생했다. 2008년 1월 이후 소유권변동현황 자료를 전수 조사 중인데, 목천과 성환 등지에서 특정인에게 투기 의심이 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뒤, “신규로 지정된 시가화 예정용지의 경우 어떤 검증과정도 없이 밀실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위법소지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내부 문건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도 투기의혹에 힘을 실었다. 정 사무국장은 “이 내부문건의 존재는 과거의 비공개적인 밀실행정의 표본이다. 이미 시가화 예정용지를 통해 투기가 이뤄진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며 “천안시가 정한 위치가 아닌 곳에서 민간개발 수요가 발생했다는 점은 천안시 도시계획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특정인 투기의혹 제기…탄력적, 균형발전적 관점 강조

전임 성무용 시장 때 만들어진 이 문건이 민선 6기 구본영 시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점도 거론됐다. 서동혁 정책자문위원은 “인수위에서 활동할 당시 (이 문건은) 보고되지 않았다. 시는 토지주들의 민원을 걱정하고 있으면서, 그 부담을 떠안아야 될 민선 6기에는 알리지 않았다”며 “재산권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정보를 소수 공무원들이 독점했고, 사법기관에서 일부 관련자를 내사하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적인 근거가 미약한 점도 지적됐다. 김한규 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국토부 훈령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천안시 내부문건은 전혀 근거가 없다. 사전에 지정하게 됨으로써 투기방조 효과도 없고, 다른 지역의 개발을 제한하게 돼 균형발전과 탄력적인 운용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 계획이 바뀌면 지가변동으로 인한 토지주들의 항의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그건 이 정보가 유출됐다는 뜻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개발이 반려된 민간업체들은 앞으로도 이 문건으로 인한 소송을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기영 영동대 교수는 지정 표시를 삭제하고 총량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중앙정부의 지침 변경 방향과 반대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 균형발전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투기조장 등 시장기능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현재의 방식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화예정용지 위치가 실질적으로 도시 관리의 기능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륜희 도시계획 위원은 “계획된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개발압력이 발생했다는 것은 수요예측이 잘못됐고,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재수립을 주문했다.

박태원 광운대 교수 역시 현재 도시계획의 경직성에 대해 경고했다. 박 교수는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야 함에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도 사람처럼 성장주기가 있는데 천안시는 너무 유아적인 상황으로 묶어놓고 있다. 청년기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며 “도·농 도시로서 조화와 공존에 대한 문제도 도시계획에 수용돼야 한다. 시가화 예정용지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서정철 안전건설도시국장은 “국토부의 지침은 바뀌었지만, 천안처럼 개발 압력이 높은 도시는 표시해서 관리하는 곳도 많다. 이런 부분에서의 고민도 이해해 달라”며 “오늘 회의는 결론을 내고자 하는 자리는 아니고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전반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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