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슈추적 – 학교앞 회전교차로] <上>학교 앞 설치, 오히려 학생안전 위협

선진국형 로터리 교통체계인 '회전교차로'는 2010년 이후 본격 도입돼 올해까지 전국에 460곳 이상 설치됐다. 감속 주행으로 교통사고를 줄이고, 신호체계가 없어 교통흐름이 원활해진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 회전교차로가 학교 앞 통학로에 생기면 어떨까. 회전교차로가 설치된 세종시 내 3개 학교 학부모 일부는 회전교차로 이용방법 미 숙지, 시민의식 결여 등 보행자를 우선시하지 않는 통학환경에 대해 지난 1년 여간 민원을 제기해왔다. 결국 고운초는 기존 회전교차로를 4지 횡단보도로 개선키로 했다. 본보는 학교 앞 회전교차로가 가진 '딜레마'에 대해 <상>·<하>로 나눠 기획 보도한다. <편집자주>

학교 앞 회전교차로를 두고 안전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점은 있으나 시민의식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회전교차로는 보행자에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이 상존한다.

차량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빠져나가는 회전교차로는 일반 교차로와 달리 신호등이 없어 먼저 진입한 순서대로 빠져나갈 수 있다.

진입 시 속도를 줄여야하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이 낮고, 신호 대기가 없어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2010년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회전교차로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세종시 역시 신도심 내 회전교차로는 총 17개이며, 오는 2030년까지 총 57개 회전교차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학교 앞 회전교차로 변경안, 3개교 대상 설문 실시

세종시에 따르면 회전 교차로에 대한 민원은 온빛초·고운초·두루초 세 학교가 개교한 이후 최대 1년 6개월가량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학부모들은 운전자들이 회전 교차로의 이용 방법을 무시하거나 보행자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는 등 ‘차라리 육교나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세종교육청이 최근 이 3개 학교를 대상으로 회전교차로에 대한 설문을 벌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현재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온빛초와 두루초에선 기존 회전교차로를 유지하는 대신 안전 시설물과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과반수였다.

반면 고운초는 회전교차로를 신호등이 있는 4지 횡단보도로 변경하는 안이 우세했다.

시 관계자는 “실제 회전교차로 설치 지침에는 학교 앞 설치를 유의해야 한다는 사항이 있다”며 “이번에 실시한 설문결과를 토대로 회전교차로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행복청 관계자도 "등교와 출근시간이 맞물려 고운초 교차로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회전교차로는 필요한 곳에 점차 확장하되, 학교 주변은 이 같은 위험이 없도록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부에 자문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와 막무가내 운전, 보행자 ‘위협’

회전교차로로 전환한 로터리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상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학교 앞에 설치된 회전교차로의 경우 신호체계가 없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진출입로의 불법주차로 인해 정체를 겪는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시야가 좁을 뿐더러 횡단 행위에 대해 무신경한 편이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 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위험이 상존한다.

시 관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차가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교통 시민의식이 제고되지 않는 한 회전교차로 설치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회전교차로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와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이미 진입한 차량이 우선임에도 직진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하거나 양쪽에서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교차로 내 차량이 멈춰 교통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다수다.

시 관계자는 “선진국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선진국은 그만큼 교통의식도 성숙해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용방법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