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명석 세종교육연구소장 | 영문학 박사

세종시가 학교 통폐합 및 이전 배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문제의 중심학교가 바로 조치원중학교와 조치원여자중학교다. 즉, 현재의 남중과 여중 2개 학교를 남녀공학 2개 학교로 만들어 분산 재배치하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조치원여중의 주요 구성원들은 이러한 계획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조치원중과 여중을 통합해 재배치하는 것은 조치원읍의 균형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교육격차를 벌이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서부지역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어 안정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반면, 동부지역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계층이 주로 거주해 양측 간 교육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만만치 않은 형국으로 치달을 기세다.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물결과 국제적 경제 위기 상황은 세계적으로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교육현상이 반영되어 우리 세종시도 학교 통폐합 및 재배치의 문제가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다.

조치원여중 통폐합 및 재배치의 쟁점은?

원래 학교 통폐합·재배치 절차는 참여적 의사결정 모형을 적용하고 있는 교육청 주도형과 단위학교 주도형 통폐합 방식, 그리고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교육 영향 평가 기반형 의사결정 모형이 활용되고 있다.

학교 통폐합·재배치의 쟁점으로는 지역사회 학교의 소유권과 사용권의 갈등, 규모의 경제 논리 적용의 신뢰성 문제와 지역사회 학교의 보존 가치, 학교 규모의 교육적 효과 문제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합리성 확보 문제들이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 조치원여중과 조치원중의 민감한 쟁점의 본질은 무엇이고, 서로의 주장은 어떤 것이 있으며, 선택적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그 쟁점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현재 조치원 동부와 서부 지역 초등학생 분포도는 각각 17.1%와 82.9% 수준으로, 신설 이전 지역인 서부지역에 편중돼 있다. 또 공동주택 밀집지역(침산·신흥리)인 서남부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49.4%로 절반에 달할 만큼 통학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게 시 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 교육청은 지난 5월 조치원권역 중학교 이전 재배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이전 추진을 시작했다. 서남부지역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시 교육청의 취지다.

그리고 현재 조치원중은 696명(31학급)의 학생이, 조치원여중은 651명(29학급)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상황. 교육청은 통합학교는 25학급 규모로, 신설학교는 31학급 규모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통합학교에는 리모델링 예산 31억 원이 투입되며, 신설학교 건립비용은 310억 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은 학교 이전 재배치를 통해 통학거리 개선, 통학안전사고 예방, 교육환경개선, 전출학생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청 측은 "이전한 학교가 남녀공학이 아닌 남학교 또는 여학교가 될 경우 이전 효과가 미미해 통학거리 개선효과가 적다"며 "또 학교 신축 이전에 따른 자체예산 투자효과 역시 반감 된다"고 분석했다.

시 교육청의 통합 목적은 학생들이 서부지역에 너무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통학 불편을 해소해주기 위함이라 한다. 통합학교의 명칭은 일단 세종중(가칭)이며, 현재 조치원여중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겠다는 게 시 교육청의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조치원 서부지역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학교(이하 신설 조치원중)는 조치원중의 교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다만 정확한 학교 부지 등은 올 하반기 부지 선정 정책연구 결과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

신설 조치원중은 각 학교의 학적, 동창회 기수 등도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부지 마련비용은 학교 통합 후 시와 협의할 예정이다. 165억 원의 건축비는 시 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조치원여중 측에서는 “신·구 도시 교육 격차도 심각한 상황인데, 읍 지역 내에서 또 다른 지역 간 격차가 발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치원여중의 복지대상 학생은 약 200명으로 그 중 대다수는 동부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통합으로 남학생까지 들어올 경우 통합학교에는 복지대상 학생이 다수를 차지해 학부모들의 기피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부지역 학교는 '좋은 학교', 동부지역 학교는 '문제 있는 학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동부지역 학교가 우범지역으로 전락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서부지역은 아파트생활을 하는 젊은 세대가 안정된 주거생활을 하고 있지만, 동부지역은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으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면서 “통합 세종중학교는 우범지역으로 전락해 심각한 교육격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기존 젊은 층 학부모들이 서부지역(조치원중)으로 대거 몰릴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는 구도심 내에서도 또 다시 발생 할 또 다른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세종중학교는 학급수가 점차 줄어들고, 면단위의 작은 학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두 번째로는, 두 당사자들이 주장들이다.

조치원 여중입장에서는 두 학교를 현재처럼 유지해 동·서부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66년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조치원중은 이전하더라도 남녀공학이 아닌, 현재와 같이 남중과 여중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치원여중 측은 조치원중을 신축 이전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조치원중은 '남학교'로, 조치원여중은 '여학교'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공동학구로 무작위 추첨을 해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갈등 최소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선택적 대안은?

다음은 첨예한 쟁점에 대하여 우리가 고려해야 할 선택적 대안이다.

첫째, 학교 통폐합·재배치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영향 평가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 한 합리적 의사결정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재정의 효율성과 지역 간 공평성 유지를 위해 국가 수준에서 최소한의 법적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학교 통폐합·재배치의 기준은 해당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한 이원화로 설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통폐합·재배치에 따른 갈등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통폐합의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와 담론이 구성원들 간에 활성화 되어야 한다.

학교운영 정상화, 양성평등시대 등 고려해야 

따라서 학교 통폐합·재배치 문제를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소수의 힘센 여론이 지역여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가장 중요한 의견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권의 수급자는 바로 지역 내 학교 공동체들이기 때문이다. 학교 공동체가 원하는 대로 통폐합 및 재배치 문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다음으로는, 학교 통폐합·재배치는 학교 운영의 정상화라는 전제아래 이뤄져야한다. 학교 통폐합·재배치는 교육여건 개선으로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학교 통폐합·재배치 문제는 교육이 현재보다 더욱 낙후되기 위한 안간힘이 아니라 현재보다 더 나은 교육발전을 위해 계획되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한 대안이기보다는 지역의 학생들을 위한 대안모색이 되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양성평등시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남녀 공학은 자연스러운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점을 이해 당사자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러운 남녀 공학의 학교생활을 통하여 학생들이 건전한 사회화가 되어가는 것이 중요한 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인재 육성을 위한 함의(含意), 협력이 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이 바로 진정한 인재육성이 곧 학교의 안정화이기 때문이다.

시 교육청은 이러한 학교 통폐합·재배치 문제에 있어 소신 있는 교육정책을 실천해 세종시 학교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교육발전을 꾀하는데 있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두 소신 있는 정책의 대안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정책 실현을 위해 주저하지 않는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

올해 안에 추진될 통폐합·재배치 문제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다. 그러나 그 중앙에는 항상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지금 세종시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육정책 입안자는 지역 교육의 발전을 위해 효과적이고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는데 마땅히 고심하고 상호 협력 존중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