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한 중학교서 수백만원 갈취·폭행 사건…학교 측 대응 논란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수백만원대의 금품 갈취와 폭력 사건이 불거졌다. (자료사진: 서울경찰 블로그)
충남에서 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쏟아온 A씨(57)에게 평생 가슴에 맺힌 일이 하나 있다. 독신으로 살 생각을 하다가 뒤늦게 결혼했기 때문인지 마흔 셋에 얻은 아들이 왜소하고 심약하게 태어난 것.

2kg 초반대로 세상에 나온 아들은 대학병원에서 한 달 간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고, 부정맥으로 인해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A씨는 아들을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초등학교 때 태권도장에 보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대련을 해야 하는데 또래에 비해 몸집이 작다보니 맞고만 있는 일이 많아서였다.

자신이 배운 권투를 아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이따금 몸집이 큰 여자아이들에게 맞고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놀러올 때마다 극진한 대접을 주저하지 않았다. 친구들의 환심을 산다면 괴롭힘을 당할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만다.

지난 6월 20일 쯤 아내로부터 80만 원 가량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돈이 아들의 손에 의해 같은 학교 동급생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다른 반 아이 2명과 PC방을 가지 않기로 하고 일종의 벌금 내기를 했다는 것인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아들이 이들에게 바친 돈이 무려 300만 원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에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말이 내기였지 지속적인 갈취였다고 A씨는 보고 있다. 실제로 아들이 동급생 2명과 나눈 SNS 대화는 “빨리 돈을 달라”는 글과 그러지 않을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아들을 향한 크고 작은 구타가 1년 가까이 계속된 것으로 A씨는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아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이 이처럼 심각한 괴롭힘을 받았으면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한편으론 부모로서 미리 알아채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이 복받쳤다.

아들을 차에 태우고 이동하다가 전화상으로 심각한 욕설을 들었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려니’ 했던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어른들 간의 원만한 사태 해결을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을 순 없었다.

“내 아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하지 않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아들에게 “그래도 어른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해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A씨는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알게 된 학교 측이 23일 오후 자신의 아들과 가해자 중 한 명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사실상의 대질조사를 벌인 정황이 확인된 것.

학교 측은 “한 자리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두 아이의 약속에 의한 만남이었지 대질조사는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1년 이상 참고 견뎌온 아들이 최고조의 공포를 겪었을 순간에 가해자와 한 자리에 있도록 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A씨는 해당 학교의 교감에게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담임선생과 아이의 관계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듣고 또 한 번 분노했다. 일종의 겁박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감은 물론 “그런 취지의 발언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역시 “아들에게 왜 그렇게 용돈을 많이 줬느냐?”고 묻는 등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을 묻는 것을 보고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이번 사건이 마치 용돈이 많아서 벌어진 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더 이상 학교의 대응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 의뢰했다.

이후 국립병원의 청소년클리닉센터를 찾아가 아들에 대한 심리 치료를 진행 중이다. 진단명은 ‘적응장애’로, “간헐적인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을 보여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담당 의사의 소견이다.

학폭위는 지난 7월 8일 두 학생에게 출석정지 5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 등을 결정했지만, A씨는 두 아이가 전학 조치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아들을 다른 중학교로 전학시킬 생각도 했지만, “여기서 이겨내지 못한다면 어디에서든 똑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A씨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학부모와 학교가 나서서 철저하게 아이를 보호해 주고, 안전을 확인시켜줘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들 안 다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역에서 몇 대를 함께 살면서 이런 일이 있더라도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공동체가 완전히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아들이 두 아이를 용서하지 않고 있는데, 내가 먼저 용서할 순 없는 일”이라며 “학교 폭력의 먹잇감이 돼 온 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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