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웅의 경제포커스] 한국일보 미래기획단장

한·미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비롯한 동북아 외교·정치·군사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군 고위 당국자들은 “사드는 날로 증대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며 북한 이외의 어떤 제3국을 겨냥하거나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간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해 온 중국, 러시아 등을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은 우리 당국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까?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사드 배치는 국회 동의를 받을 정도의 비중을 둘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드 부대는 통상적으로 발사대 6기(1기당 8개 미사일 탑재)와 레이더 및 통제 및 통신장비 등 1개 포대 약 120여명으로 구성된다. 얼핏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드 한반도 배치가 갖는 의미와 파장은 엄청나다. 사드는 미국이 1980년대 말 소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연구·제작에 들어간 전략무기 체계다. 공군 군사시설 같은 특정 소규모 지역 방어용인 패트리어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 사드에는 적의 미사일 탐지를 위한 고성능 레이더가 필수인데, 이 레이더를 통해 미국은 사실상 중국 본토의 상당 부분을 감시할 수 있다. 중국이 군사 보복을 공언하는 이유다.

이 시기에 한반도 사드 배치가 의아한 이유는 또 있다. 사드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느냐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사드 배치로 우리가 치러야할 군사·경제·외교적 대가가 엄청나게 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유엔안보리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제재 공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벌써 중국과 북한은 사드 배치에 보복을 가할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국제 공조에서 이탈해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긴밀히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간 중립에 가까운 입장을 취해왔던 한국이 결국 미국을 선택했다고 판단하고 외교·군사적 동맹에서 북한쪽으로 기울 게 분명하다.

그간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고립 국면으로 몰렸던 북한 입장에서는 더 없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그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의 근거로 삼았던 미국의 위협이 사드로 상당부분 증명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를 순수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사실상의 군사적 도발로 선전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북한으로서는 사드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동력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까지 기대할 수 있게 돼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다.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 압박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사드 배치로 이 결실을 스스로 걷어차는 셈이다.

군사 무기 경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미국의 힘을 빌려 사드를 배치한다면 북한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마 북한은 사드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비대칭 전력 개발에 더욱 힘을 쓸 것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군사적으로 힘을 합치게 될 경우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반도를 군사적 신냉전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는 사드 배치로 발생할 득실을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나 국민의 의사를 묻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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