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03>

요즘 대전시의회는 막장드라마만도 못하다. 막장드라마는 그래도 재미는 있다. 하지만 대전시의원들이 벌이는 행태는 재미와 감동은 고사하고 짜증만 유발한다. 폭염 속 단식에 나선 박정현 의원을 보는 마음은 더 참담하다. 주민 손으로 뽑은 시의원들이 이렇게밖에 못하니 정부 관료가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 아닌가 개탄스럽다.

의장 선출 내홍·상임위원장 감투싸움 등 더민주 의원들 ‘자중지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지난달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후반기 의장으로 권중순 의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더민주 의원 16명 중 7명은 몇 사람이 주도하는 각본에 동의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남은 9명이 권 의원을 의장으로 민 것인데 의총결과에 반발한 7명과 새누리당 소속의원 6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장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징계 압력에도 불구하고 의장에 도전한 김경훈 의원이 8표를 얻은 권 의원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이 됐다. 어림 계산으로 새누리당 6표와 더민주 의총 반대파 7표에다 의총 찬성파 1표까지 거의 싹쓸이 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원이 당내 원칙과 약속을 저버렸다면 의장으로 뽑지 말아야 하는데 더민주 16명 의원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시민이 지켜보는 본회의장에서 그를 지지한 셈이다.

본인들 손으로 선출한 의장을 이제와 징계하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며 중앙당이 뭘 어떻게 징계할 수 있을까 싶다. 의원 22명 중 14명이 동의한 의장을 당선 무효할 수 없겠고 제명처리도 쉽지 않을 테니 중앙당 차원에서는 기껏해야 주의, 경고 수준에서 갈등을 봉합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고 시의원들도 '김경훈 의장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것 같지 않다.

더민주 의원들의 자중지란(自中之亂) 2라운드는 상임위원장 감투싸움이었다. 그럴싸한 원칙과 약속을 말했지만 시민들 눈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노린 각자의 잇속 계산으로 비친다. 멱살 잡고 다 같이 진흙탕으로 걸어 들어가는 식의 폭로전도 가관이다. 박병철 의원은 박정현 의원을 '제일 욕심 많은 사람'으로 치부하며 "지금 와서 단식하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박정현 의원은 단식의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의회 개원도 하기 전 후반기 원구성 문제까지 합의한 더민주 의원들

더민주 의원들의 집안싸움은 지난 2014년 6월 전반기 의장단 선출 당시 작성한 합의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원들은 김인식 의장을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하면서 "모든 당선자에게 동등한 기회 배려를 위해 전반기 원구성에 참여한 당선자는 후반기 원구성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 16명 전원이 서명했다.

소위 ‘의총파’는 이 합의를 지키라는 것인데 7대 의원으로 등원도 안한 사람들이 후반기 원구성까지 약속한 것이야말로 야합이다. 시민들이 준 의원으로서의 권리를 자기들끼리 나눠 먹겠다고 담합해 놓고 이제와 지켜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옳지 않은 합의문을 만들고 서명한 것부터가 문제지만 감투 욕심에 같은 당 의원들끼리 물고 뜯고 진흙탕 싸움 벌이는 꼴은 더 한심하다.

개원도 안한 상태에서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까지 욕심낸 의원들은 아마도 7대의원만 하고 말 생각이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동등한 기회 배려' 어쩌구 하는 합의문을 만들어 서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대로 두면 아마 8대 시의회는 당선되자마자 전후반기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모두 뽑아 놓고 상임위 배정까지 해 서명 날인할지 모른다. 이게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인지 실망스럽다.

의원들 원칙 약속 말해봐야 시민 눈에는 ‘야합의 무리’로 보여

대전시의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그만 밥그릇 싸움을 멈추길 바란다. 자신은 깨끗하고 정의롭다고 아무리 말해봐야 시민들 눈에는 본인 이익을 위해 당이고 원칙이고 약속이며 다 팽개치는 야합의 무리로밖에 안 보인다. 7대의회 개원 후 의원들이 요즘처럼 열심히 자기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밥 굶은 적이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볼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 시의원으로 뽑은 우리는 이들이 핏대 세워 외친 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인지, 호남선 KTX 서대전역인지, 도시철도 2호선인지, 자신들의 밥그릇 쟁취였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시민들은 누가 의장이 되든지, 누가 상임위원장이든 관심 없다. 평의원이면 뭐가 어떤가. 집행부 제대로 감시 견제하는 의원 노릇 똑바로 하면 그 사람이 최고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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