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 ㈜나무와숲 대표…“부모‧자녀 의사소통 증진 프로그램”

엄마도 아이도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사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을 증진시켜 행복한 양육세상을 만드는 ‘해피 더 어부바’ 프로그램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이성옥(47) ㈜나무와숲 대표는 올해 초 카이스트(KAIST) 교육기부센터(센터장 이영훈)와 함께 교육기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5월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자녀와의 올바른 의사소통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초보 부모들의 육아를 돕기 위해서다.

‘해피 더 어부바’는 5~7세 유아를 대상으로 부모와 자녀 간 의사소통을 증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카이스트 센터에서 제작을 지원했고, 개발은 센터 내 심리·복지·교육 전문가 3명과 나무와숲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특히 나무와숲은 관련 인력을 지원, 기업 차원에서 교육기부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기로 했다.

5회 차까지 단계별 교육…유아용 시작해 초‧중‧고 확대

이 대표는 “언어와 행동이 서툰 아이들의 감정과 생각을 부모들은 알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했다. 자녀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들은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는 것. 그는 “모든 것은 아이의 감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도 했다.

프로그램은 1주차부터 총 5개의 단계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히 1주차 프로그램은 사전 검사를 통한 스스로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된다. 이후 2주차부터는 전문가와 함께 사랑의 전화기, 몸으로 말해요, 감정피자 등 행동 프로그램으로 올바른 애착관계 형성에 들어간다.

현재 개발된 프로그램은 유아용 버전. 내년 하반기쯤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용 개발에 들어갈 예정. 향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은 물론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프로그램 도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오히려 부모가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부모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적인 정보는 충분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아이에게 어떻게 적용해 풀어나가야 할지 핵심은 모른다”는 것.

그는 “그런 점에서 젊은 도시, 젊은 초보 부모들이 많은 세종시는 부모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유아기 행동특성의 중요성, 양육 스트레스의 원인은?

흔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대표는 "아이들 역시 유아 때 나타나는 행동 특성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나아가 어른이 돼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유아 때 문제행동이 나타나게 되면 이는 당연히 학교부적응, 학업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성장한다면 결국 사회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부모·자녀 간 올바른 의사소통은 아이의 성장과정상 가장 앞에 위치한 유아기 때부터 강조돼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초 나무와숲은 양육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부모들이 받는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 역시 자녀와의 의사소통에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수기 분석 결과 엄마들은 아이들의 행동 원인을 모를 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양육 과정에서 의사소통이야 말로 한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기부로 시작, 여성일자리창출까지 ‘연계’

(사)대전·세종·충남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인 이 대표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세종시 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기부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기부로 시작한 만큼 또 다른 기부자를 양성해 선 순환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게 이 대표의 포부.

교육기부자들의 능력이 향상되면 여성 일자리 창출까지 연계, 양육과 관련된 직군에서 여성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세종에는 양질의 여성인력이 많고, 이 인력들 중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 아이를 포함해 세상의 아이들을 키우는 가치 있는 일자리 연결까지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기부로 시작해 여성고용창출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다.

세종시 내 유치원 도입, 시교육청과 ‘업무협약’ 검토 중

현재 이 대표는 세종시 유치원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 세종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세종시 내 모든 학부모들에게 부모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게 그의 구상. 

세종시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 주명현 세종교육청 부교육감은 “세종시 지역 특성과도 맞아 긍정적일 듯하다”면서 “현재 담당 부서에서 적극 검토 중이며, 도입이 확정되면 업무협약을 맺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부교육감은 특히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려서부터 부모와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자란 점이 아쉬운 측면”이라며 “부모와의 올바른 의사소통이 아이들의 인성과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프로그램이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구성돼 있고, 양성된 프로그램 강사들 역시 세종시 여성일자리 창출로도 연계할 수 있다”며 “향후 세종시 유치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양육 전문가, 세종서 꿈꾸는 ‘아동·여성친화도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이성옥 대표 역시 “부모가 감정을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표출하는 모습만 보여도 특별한 교육이 따로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부모교육 의무화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다 현대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는 장래가 불투명할 정도로 심히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대전 서구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저출산 문제는 아이들과 양육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극복이 불가능한 문제”라며 “아이 키우기 즐거운 사회의 단초는 집과 가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여성 친화도시를 꿈꾸는 세종시. 전문가들은 '여성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CEO이자 한 가정의 엄마인 이성옥 대표가 아동심리·양육전문가로서 보여줄 세종에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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