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황배 남서울대 교수 "국토 중심 위상 회복…균형발전 이익"


충남 서산부터 경북 울진까지 12개 시·군(서산-당진-예산-아산-천안-청주-괴산-문경-예천-영주-봉화-울진)을 연결하는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건설사업. 

340㎞연장에 8조 5000억 원이 소요되는 대형국책사업이다. 현재까지는 사전 예비타당성에서 정부의 승인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의 균형발전과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서울대 지리정보공학과 김황배(56) 교수 역시 “국토의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중부권이 원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라고 이 사업을 평가한다. 김 교수는 철도시설공단 철도계획분야 기술자문위원, 충청남도 정책자문위원 등 실무적 활동뿐 아니라 대중교통포럼 회장, 대한교통학회 이사 등 학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펼치고 있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남-북으로만 이어진 철도망을 동-서로 이어주는, 그것도 중부권에서는 그 역할을 하는 교통망이 없는 상황인 만큼, 근시안적으로 당장의 수요만으로 판단할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기차를 타고 동해를 가고 싶을 때 중부권 주민들은 서울로 가서 경춘선을 이용하거나 남쪽의 경선선을 통해야 한다. 고속도로 역시 마찬가지. 아직 중부권은 동-서 연결축이 개발된 노선이 없다. 국토의 중앙임에도 교통 선택권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동서내륙철도가 건립됐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먼저 동해안이 두 배 이상 가까워진다. 충남의 5개 시·군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충북, 경북을 오갈 수 있다. 물류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동해를 통해 들어오는 물동량이 배를 이용해 남해를 돌아 서해로 와야만 했던 불편과 낭비적인 요인도 사라지게 된다. 

다만 막대한 예산 탓에 정부가 요구하는 타당성 기준을 만족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꼭 혼잡도를 해소하기 위한 교통정책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교통수단이 생겼을 때 발생할 국가적인 이익이 있을 때 통과시킬 수 있는 예외조항도 있다. 그것이 ‘균형발전’이고, 이 사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이 사업을 한 층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


-중부권 동서내륙철도가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국가철도망 계획상 남북 7개, 동서 6개 노선이 있는데, 이중 남-북축은 그래도 서해안, 경부선, 호남선, 중부내륙, 동해선 등 5개가 운영 중이지만, 동-서를 연결하는 철도는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현재 서울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경춘선과 연계해 송도~속초를 연결하는 민간사업이 제안돼 있고, 경전선도 노후 및 단절 구간을 정비하려 한다. 그럼 북부권역과 남부권역은 동-서연결축이 생기지만, 중부권은 국토의 중앙임에도 그런 기능을 하는 철도가 없다.

충청지역에서 동-서 이동을 하려면, 기차를 탈 경우 북쪽(경춘선)이나 남쪽(경전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니면 차를 타야 하는데 고속도로망도 여의치 않다. 정부가 계획한 남-북 7개, 동-서 9개 도로망 중 중부권에 예정된 동-서축 3개 망은 아직 미 운영 중이다. 국토의 중앙인데 교통인프라는 너무 빈약한 실정이다. 이런 동-서의 단절은 국토의 불균형을 유발한다. 여기에 동서내륙철도가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

-동서내륙철도 개통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지.

“중부권의 동-서축 교통망 부재로 동해안을 접근하려면, 수도권의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우회거리가 늘고 수도권 교통 혼잡을 초래한다. 당장 이 수요가 분산된다. 찬안의 경우 울진까지 승용차로 280분(4시간40분) 소요되는 것이 동서내륙철도가 건설되면 철도로 121분(2시간)에 갈 수 있다. 이로 인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유통환경도 크게 개선된다. 예를 들면, 서산·당진의 화력발전에 투입되는 석탄자원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해로 수입되는데 현재는 배로 남해를 돌아 서해까지 운반하고 있어 낭비되는 물류비용이 크다. 이 역시도 철도로 직선거리로 운송이 가능해지게 된다. 또 남-북철도망을 연결해주는 간선기능도 하게 돼, 낙후된 중부권 도시들도 개발 수요가 생기게 된다.”

-지금 설명한 내용만 봐도 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내륙철도 전 구간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한 적은 없다. 전체를 놓고 비용과 수요, 편익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진단하고 정부에 필요한 부분을 요청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 간과할 수 있는 것이 건립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가 운영에 일부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업도 초반에 발생할 수 있는 적자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법이나, 이용객에 따라 역사 규모를 조절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 제시해야 한다. 지자체가 사업의 경제성을 함께 부담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정부와의 협상에도 유리하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사업추진을 어렵게 보는 사람도 많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비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동서내륙철도 일부구간에 대한 사전 조사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BC항목이 정부의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인구가 적은 낙후지역은 평생가도 철도를 만들 수 없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일 수도 있지만, 교통망을 만들어 놓으면 파생되는 수요 때문에 지역도 발생하고 거꾸로 BC가 상승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재정법 안에는 예비타당성 관련 BC가 적게 나와도 통과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여러 조건이 있지만 그 중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인정받으면 가능하다. 동서내륙철도의 경우 가중치를 높게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예·타 통과도 문제지만, 이런 대형사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동서내륙철도 일부 구간이 이번 국가철도망 3차 계획에 반영됐다. 이처럼 단절구간을 중심으로 시급한 노선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천안아산역~문경점촌 구간을 1단계로 건설하고, 서산~천안아산역을 2단계, 점촌~울진 구간을 3단계로 하는 단계별 건설이 적정하다. 

정부가 사업구간 중 천안~청주는 청주공항선이 연결돼 반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확정된 천안~청주공항 노선은 세종을 경유하게 돼있다. 엄밀히 말하면 ‘천안-청주공항 노선’이 아니고, 조치원에서 경부선을 충북선으로 갈아타는 셈이다. 동서내륙철도를 통해 천안~청주공항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노선을 마련돼야 한다. 이런 부분은 천안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시·군별로 이 사업을 통한 지역발전 기대효과가 다르다. 지역발전 효과는 어떻게 예상하는지.

“당연히 모든 시·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속도로와 비교해보면, 고속도로의 차는 지역을 지나갈 뿐 머물지 않는다. IC가 있어도 그곳이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철도는 다르다. 철도는 갈아탈 수도 있고 역에서 머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망이 교차하는 역이 생기면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지역의 중심지 기능을 하게 된다. 

천안도 교통의 요충지로서 이런 효과를 많이 누린 도시다. 이번 동-서내륙철도가 지나면 십자교통망이 지나니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다. 서해선을 끼고 있는 당진, 예산도 마찬가지다. 아산도 수혜를 볼 수 있다. 동서내륙철도가 완공되면, 일부 구간은 수요에 따라 KTX천안·아산역과 연계해 KTX도 운영이 가능하다. 가장 수요가 많을 것을 예상되는 곳이 천안·아산~청주공항이다. 국제공항인 만큼 대형 교통수단을 조성하고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지식정보산업시대인 현재에서 기업들이 굳이 수도권에 있을 필요가 없다. KTX를 중심으로 연계된 교통망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방으로 통근이 가능하다. 서울시내에서 2시간씩 걸리나 KTX를 타고 울산까지 출퇴근 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정부는 당장의 수요만 볼 것 아니라 미래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국가계획을 수립할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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