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최근 대전시와 충청남도는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라 일반직 정원의 3%를 재배치하기로 했다. 충청남도교육청에서도 소규모 교육지원청을 인근지역에 통합하고 ‘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는 조직효율화 방침을 내놨다. 정부에서도 기능이 중복되거나 업무환경이 변화된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국가는 18~19세기 국가의 임무를 최소한으로 한정한 야경국가(夜警國家)와는 달리 국가가 국민생활에 깊숙이 개입하게 됨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이 늘어나게 되었다. 더욱이 고도성장시대에는 공무원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거나 몸집을 불렸다. 때로는 시대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구를 만들고, 공무원을 배치한다.

행정자치부 지침 따라 일반직 정원의 3% 재배치

가기천 수필가·| 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인구가 계속 줄고 있음에도 종합행정을 수행하기 위해 공무원 수는 늘어나는 현상도 볼 수 있다. 지방자치에 따라 구역과 업무량에 불구하고 따로 시설을 만들고, 관리운영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둔다. 더욱이 공공조직은 경제논리와는 무관하게 존립되고, 상징성만으로도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

행정수요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조정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조직 확대와 인력증원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축소와 감축은 어렵다. 한 번 생긴 조직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정원조정은 경직성을 갖는다. 관리자를 평가하는 잣대 가운데 하나로는 기구를 확대하고 정원을 늘리며 직급을 올리는 사람을 부하들은 유능한 상사로 기억한다.

익숙하게 알려져 있는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도하게 세분된 조직, 통합운영이 가능한 조직이 있는가 하면,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 다른 기관이나 민간에게 위탁 가능한 일을 놓지 않고 있는 경우도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지자체에 인력재배치 지침과 목표치를 내린 것은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이유와 함께, 지자체의 기구설치와 증원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수시로 이루어지는 비슷한 조치가 과연 이번에는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의문을 갖는다.

우선 인력재배치 기준이 되는 조직진단이나 업무량조사는 자로 재듯, 저울로 달듯이 할 수 없는, 즉 정밀한 계량화에는 한계가 있다. 신규 발생업무 또는 사업별, 시기별 업무량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시행했던 ‘예비정원제’의 전례를 따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차제에 이번 인력 재배치는 행정기구와 인력운영에 관하여 몇 가지 전제 아래서 검토되어야 한다.

지자체 별도 운영하는 기관 통합하거나 업무위탁 확대해야

먼저 지자체가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기관을 통합하거나 업무위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충청지역의 경우 4개 시‧도가 하나의 소방학교로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세종시 공무원의 교육훈련은 충남도교육원에 위탁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 수요와 비교할 때 따로 설치, 운영하는데 따른 비용과 운영의 비효율성을 줄인다는 측면과 지방자치로 인하여 단절되다시피 한 인적교류와 정보교환제한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효과까지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를 본보기로 삼아 볼 필요가 있다. 

겸하여 일선 기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웬만한 일은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서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특히 정보화로 거리와 시간 개념은 많이 줄어들었다. 전국적으로는 불과 수 백 명에서 천 여 명의 인구가 있는 면에도 면사무소와 보건지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전통과 특성, 주민의 정서를 외면할 수는 없으나, 소규모 면은 민원출장소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점점 늘어날 복지수요에 대처하여 권역별 복지사무소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구를 과감하게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각각 운영되는 기구의 서무‧관리기능의 통합운영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고루 확보할 수 있으며, 고가의 정밀장비를 보유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과감하게 손을 떼어야 한다. 예를 들어 80년 대까지 충남도에서는 중장비대여사업을 했다. 민간업체에서 고가의 중기를 보유하기도 어렵거니와, 민간중기 임대료가 높았던 현실을 감안하여 도에서 사업소를 두고 운영하였으나, 그 후 민간의 장비보유가 늘어남에 따라 폐지하였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있음에도 아직도 민간에서 충분히 가능한데도 사업을 붙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여건변화에 따라 축소되는 분야의 인원을 줄여 수요가 많거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부서에 적극 배치하겠다는 이번 계획은 셈법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과연 의도대로 될지 주목된다. 그렇다고 ‘줄이라’는 요구와 동일시거나 ‘축소’를 전제로 할 이유는 없다. 다만, 단순한 인력 재배치 차원을 넘어 제로베이스에서 조직을 새로 설계한다는 개념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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