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미스 많은 경기 아쉬워…경고 과도하게 남발"

올해 전국체전을 앞두고 불거진 태권도 세종시 대표선발전 승부조작 의혹. 본보는 앞서 보도를 통해 일반부 -74kg급 경기 속 승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영상을 공개했다.

최근 서울시태권도협회 사태를 비롯해 태권도계는 오랜 기간 각종 병폐를 드러냈다. 이는 새로 지어지는 도시 세종에서도 마찬가지다. 석연치 않은 판정부터 불합리한 경고 누적 등.

관련 종사자들은 이런 승부 조작 지시를 흔히 '오다(Order; 주문)' 혹은 '작업'이라는 은어로 부른다. 오다는 명령을 뜻하는 '오더'의 잘못된 표현으로, 태권도에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심판이 특정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방식으로 오다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30년 이상 태권도계에 종사해온 전문가가 이번 승부 조작 의혹을 사고 있는 영상을 분석한 평은 어떨까. 본보가 직접 만나 자문을 구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요청했다.

지난 4일 치러진 경기는 일반호구가 쓰인 경기로 시작 전 심판진과 코치들은 카드 대신 ‘콜’을 통해 요청사항을 알리기로 협회 내 대표자회의를 통해 사전에 합의한 상태였다. 일반적인 경기에서 코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지만, 이 경우 코치는 정정·요청 사항이 있을 시 콜을 불러 수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합의한 상태에서시합이 진행됐다.

석연치 않은 점수 판정...“다수의 경고 이해 어려워”

영상을 시청한 태권도 전문가 A씨는 ‘(심판의)미스가 많은 경기’라고 운을 뗐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점수 판정에 실수가 있을 수는 있으나 경기 도중 불합리하게 주어진 다수의 경고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1회전 초반 뒤차기로 들어간 옆구리 공격은 분명히 득점이 인정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호구가 쓰인 경기에서는 몸통 공격 시 척추뼈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타격하면 득점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전자호구와 달리 일반호구는 강도 수치가 표시되지 않는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타격 소리나 숙련된 심판의 감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는 것.

그는 "부위에는 가격이 됐지만 힘의 강도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경우 내가 심판이었다면 당연히 3점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붙여주기식’ 득점…'의문스러운' 전광판

동시에 들어간 발차기에 홍 선수만 1점을 득점한 장면. 전문가 A씨가 주목한 건 두 선수의 발이 아닌 '전광판'이었다.

태권도는 규칙상 적어도 두 명의 심판이 버튼을 눌러야 득점이 인정된다. 흔히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 ‘붙여준다’고 표현하는 행위의 정황이 이 장면에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 명의 심판이 버튼을 누르고, 이를 안 또 다른 심판이 뒤이어 버튼을 눌러 득점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그는 “정확한 득점 상황에서는 불이 동시에 들어오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 영상의 경우) 정말 순간적으로 거의 동시에 붙여 눌렀거나 아니면 잠깐 멈칫해 버튼 조작이 늦어진 경우 이 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치에는 묵묵부답, 돌아오는 건 ‘경고’뿐?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사전 합의가 된 상황임에도 코치의 콜(이의제기) 요청에 경고를 준 행위다.

그 역시 “경기 전 합의가 됐다면 점수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은 경우 코치는 당연히 콜을 부를 수 있다”며 “이 요청이 경고로 이어진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경기는 3회전에 돌입, 청 선수의 발차기 공격이 성공하자 전광판에는 두 개의 파란불이 켜졌다. 점수가 올라가지 않은 이유는 2명의 심판이 득점을 인정했어도 각각 1점, 2점 식으로 다른 점수를 눌러 기계에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선수 코치가 콜을 불러 수정을 요청하면 다시 점수를 인정해 줄 수 있고, 이때 주심은 부심(3명)들을 모아 버튼을 누른 것을 확인해 재판정을 해야 한다.

그는 “버튼 조작 유무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영상처럼)이 정도로 긴 토의가 필요치 않다”고 했다. 또 “부심이 다시 득점이 애매하다는 의견을 냈더라도 코치에게 합의 판정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득점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합의 판정에 대한 코치의 의견 수렴과정이 진행됐어야 했다"는 게 그의 전언.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속행됐고, 이로 인해 편파 판정에 대한 의혹의 불씨가 커진 셈이 됐다.

세리머니도 경고 행위? 계속된 '이상한' 판정

세리머니를 이유로 주어진 경고도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정황 중 하나다. 그는 “공격에 성공한 뒤 하늘로 손을 뻗어 올린 세리머니는 과도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과거 과도한 세리머니나 헤드기어를 던지는 행위 등은 경고와 감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득점 세리머니는 2년 전부터 허용, 일반적인 수준의 환호는 통상 인정되는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이어 그는 “3회전 후반 두 선수가 함께 넘어진 상황은 오히려 상대 선수가 경고를 받는 게 맞다”고 했다. 상대 선수를 손으로 잡은 채 발차기를 했고, 발이 걸리자 손을 놓고 넘어진 행위는 사실 총 2회의 경고감이라는 것.

그는 “적어도 1개의 경고는 무조건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냥 경기를 속행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무효사인을 주고, 두 선수 모두에게 경고를 주지 않는 방향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3회전에만 경고 7회, 실력차에도 결국 ‘패배’

실력으로 앞선 점수를 석연찮은 경고 누적 등으로 따라잡힌 청 선수. 그 후 두 선수는 연장전 골든포인트 매치에 돌입했고, 결국 청 선수는 연장전 시작과 함께 이뤄진 상대 선수의 득점으로 패했다.

심판의 경력과 숙련도에 따라 경기 운용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태권도계에 오래 몸 담아온 전문가들은 “숙련된 베테랑 심판들은 점수와 경고를 잡아내는데 탁월하지만 경력이 짧은 심판들은 어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는 "줘야할 경고를 주지 않거나 상대편 코치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경기를 속행한 점 등은 분명 의아스럽다"며 “3회전에만 7개의 경고가 주어지는 등 심판의 미스인 경기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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