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력발전·송전탑 공론의 장 필요…"일방적 추진하던 시대 변했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변환소가 들어서게 되면 송전철탑과 발전소가 따라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을 승인할 순 없었습니다.”

김홍장 당진시장이 한전의 북당진 변환소 사업을 반려시킨 이유다. 23일 <디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김 시장은 화력발전과 송전탑 문제는 충남과 당진만의 사안이 아닌 전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발전시설은 전원개발 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발전소를 승인하면 40여 가지 관련법이 일괄 처리되면서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권자인 주민과 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김 시장은 지적했다. 즉,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가치가 그동안 산업개발과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특별법에 억눌렸다는 것.

“일부에서는 자치단체장의 권한남용, 지역이기주의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특정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피해보는 사람이 생긴다면, 적어도 그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힘의 논리, 경제의 논리로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전문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자는 거죠.”  

당진시민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많다. 일례로 당진에서 만들어지는 전력의 80%가 수도권으로 간다. 그런데 1200만㎡ 규모의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는 개발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분양률이 18%에 머물고 있다. 단순히 봐도 발전소를 수도권 인근에 짓던지, 수도권 기업을 이곳으로 옮기기만 해도 장거리 전력수급을 위해 세워지는 송전탑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일방적인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진행했던 ‘밥 굶지 않게 해줄테니, 협조하라’는 식의 위압적인 회유에서 바뀌질 않고 있다. 김 시장이 ‘민주주의의 실종’이라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한전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당진시가 패했고, 항소를 제기했어요. 한전은 사업기관이니 그러려니 해도, 정부는 그러면 안 됩니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양쪽의 권리가 충돌하면 대화화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끄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화력발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발전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런 김 시장과 당진시민의 요구에 아직까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에 김 시장은 어기구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공조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더욱이 정부가 당진에코 발전소 실시계획을 이달 말에 승인할 것이라는 정보까지 흘러나오면서 고삐를 쥐고 있다. 

때마침 당진 최초로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모두 야당 소속인 상황이 돼서 대정부 활동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끝으로 김 시장은 갈등 해소를 위한 민주주의적인 절차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로의 주권만 내세우다 보면 이기주의의 충돌만 발생해 법과 원칙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과 시민이 주인이고 공무원은 머슴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주객이 전도됐어요. 지방분권이 자리잡고 자치역량을 높이기 위해 주인의식을 키워져야 합니다. 더 이상 정부는 다양한 주권이 부딪히는 갈등을 법과 원칙만으로 풀 수가 없어요. 주인들이 직접 나서야 하죠. 마지막 개정된 87년에 머물러 있는 헌법도 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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