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혁의 에베레스트 트레킹] <16>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매력 10

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상징 또는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가 직접 보고 겪은 것을 기준으로, 필자의 주관에 의해 열 가지를 꼽아봤다.

설산영봉, 문명으로부터의 단절, 티베트불교, 세르파 및 포터, 수송 동물, 빙하, 네팔인의 순박한 미소 등이다.

 

 

 

1.설산 영봉(雪山 靈峯)

1) 히말라야

히말라야 산맥은 서쪽 낭카파르밧에서 동쪽으로 남차바스까지 폭 200~400㎞, 길이 2500㎞에 달하는 5개국의 접경지역으로 중국(티베트), 부탄, 인도, 파키스탄, 네팔을 지나는 세계 최대(길이 면에서는 안데스산맥이 7200㎞로 최장)의 산맥이다. 7000m 이상 봉우리는 오직 히말라야에만 있다. 당연히 8000m 이상 산을 지칭하는 ‘14좌’ 역시 히말라야에만 있다. 지구상에서 히말라야 외 가장 높은 산은 남미의 안데스 산맥이 품고 있는 아콩카과(6962m) 산이다.

네팔에는 7000~8000m급 봉우리가 130여개이며, 6000~7000m급은 1200여개이다. 4000m 이하는 제대로 산 취급을 받지 못하며 이름도 없다.

네팔의 대표적인 3대 트래킹 지역은 에베레스트가 있는 동북부 쿰부히말라야 지역, 안나푸르나 지역(ABC, 푼힐, 라운드),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계곡으로 불리는 랑탕 지역이다.

2) 14좌(座)

해발 8000m가 넘는 산은 지구상에 14개가 있다. 이들 14개의 산은 모두 히말라야산맥에 있으며, 이 중 8개가 네팔에 위치해 있다. 2개를 더 포함시켜 16좌라고도 하나 2개는 위성봉이다.

1. 에베레스트(Everest) 또는 초모룽마(Chomolungma) 또는 사가르마타(Sagarmatha); 8848m
2. K2 또는 초고리(Chogori); 8611m
3. 칸첸중가(Kangchenjunga); 8586m
4. 로체(Lhotse); 8516m
5. 마칼루(Makalu); 8463m
6. 초오유(Cho Oyu); 8201m
7.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m
8. 마나슬루(Manaslu); 8163m
9. 낭가파르바트(Nanga Parbat); 8125m
10. 안나푸르나(Annapurna); 8091m
11. 가셔브룸(Gasherbrum) Ⅰ; 8068m
12. 브로드피크(Broad Peak); 8047m
13. 시샤팡마(Shishapangma); 8046m
14. 가셔브룸(Gasherbrum) II; 8035m
15. 얄룽캉(Yalung Kang); 8505m
16. 로체샤르(Lhotse Shar); 8400m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통해 볼 수 있는 산은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 초오유 등 4개에 이른다.

3) 푸른 하늘

네팔의 에베레스트 트레킹 길은 참으로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특히 푸른 하늘이 인상적이다. 카트만두만 해도 매우 심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직 히말라야 산 기슭은 괜찮다. 공기와 하늘 모두 깨끗하다. 봄 하늘도 아름답지만 가을은 더욱 푸를 것이다.

2. 문명으로부터의 단절, 불편한 여행

1) 문명(文明)과의 단절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리어카 등 바퀴가 없다. 산길이기도 하지만 네팔 정부에서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내 오토바이와 MTB 금지.

물자 수송, 이동 등 모든 것을 오직 인간과 동물의 다리에 의존.

TV나 신문 등 매스컴이 없다.

전기 사용 매우 제한적. 롯지 방에는 조도가 매우 떨어져 책을 읽을 수 없는 LED등 4시간만 제한 공급.

숙소 냉난방이 안 됨. 삐걱거리는 나무 침상에 매트리스 깔려 있고, 얇은 이불 한 장 뿐이어서 침낭을 쓰거나 우모복(거위털 점퍼)을 입지 않고서는 추워서 잘 수 없음.

열흘 이상 샤워는 물론 세수와 머리감기를 못하고 양치만 가능. 빨래를 못하므로 속옷, 양말 이틀 이상 착용해야.

열악한 음식을 먹는 것. 산중의 식재료가 제한돼 있는데다 많은 한국인들이 네팔 현지식에 적응을 못함. 화장실도 불편.

2)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한국 남성의 로망, 남성이라면 버킷리스트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히말라야 설산(雪山)을 피부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초목이 없는(수목 한계선) 황량한 맨땅, 빙하지대, 거친 바위와 눈(빙하)뿐인 설산.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에 온 듯한 느낌.

12일 동안 꼬박 걷고, 걷다가 잠시 앉아 설산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기쁨.

고난의 길을 걷는 전 세계 트레커들이 “나마스떼”하는 한마디로 인사를 나누며 일체감을 느낌.

고산병 예방을 위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슬로우 여행.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는 길. 그러나 느낌과 울림이 많은 여행.

3. 재생에너지

히말라야 지역은 에너지가 무척 귀하다. 네팔이란 나라 자체가 경제가 발전한 나라가 아니어서 히말라야 지역까지 전기나 가스가 전선 또는 파이프에 의해 풍족하게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말라야 지역에서 사용되는 LP가스는 동물이나 포터가 일일이 운반해줘야 한다. 통 자체 무게는 14kg, 완전 충전 시 가스 순 무게는 17kg로 총 31kg에 이른다. 값이 비쌀 수밖에 없고, 당연히 요리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태양광 발전은 주로 조명에 사용된다. 물론 발전량이 충분치 않으므로 손님들이 묵는 객실조차 매우 희미한 LED 등을 대략 19시부터 23시까지 제한적으로 공급해준다. 방에 전기 공급하는 콘센트는 물론 없다. 휴대전화 충전은 식당 겸 프런트에서 유료로 해야.

태양열도 많이 이용된다. 롯지 어딜 가나 접시안테나처럼 생긴 커다란 반사판을 볼 수 있는데 여기 위해 주전자를 올려 물을 끓인다.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빨리 잘 끓는다. 어릴 때 돋보기로 금세 종이를 태웠던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야크가 싼 똥을 모두 주워 말린 뒤 난로 등의 땔감으로 사용. 야크 똥은 소중한 에너지원이다. 초식동물이어서 냄새가 별로 나지 않고 더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계곡물이 풍부한 고도가 낮은 지역은 외국에서 설비를 지원해준 초소수력발전이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에너지가 이처럼 귀함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마 국립공원지역이어서 나무를 함부로 베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테고 또한 일정 고도 이상 올라가면 키 큰 교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으로 생각된다.

4. 티베트 불교

네팔은 인도의 영향을 받아 힌두교도가 가장 많지만 히말라야 산록만은 티베트 고원을 넘어온 티베트인들의 영향으로 티베트불교(라마불교)가 절대적으로 많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이러한 타르초와 룽다 등을 보면 이들의 불심이 참으로 깊다.

1) 타르초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경문을 적은 깃발을 걸어두면 바람에 펄럭이며 경문을 대신 읽어준다고 믿는다. 청, 황, 녹, 백, 적 등 다섯가지 색으로 만들어진다. 만국기를 연상시킨다. 빨래줄처럼 줄줄이 길게 매달며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 마을입구, 다리, 지붕, 갈림길, 큰 바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 룽다

긴 장대에 세로로 매단 한 폭의 커다랗고 긴 깃발이다.

3) 마니석(麻呢石)

얇고 넓적한 돌이나 크고 작은 바위에 ‘옴마니반메홈’을 비롯한 티베트 불교의 경전 글귀, 기도문, 진언(眞言) 등을 티베트어로 새겨놓은 것이다. 동네 어귀나 길, 고개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의 무사안녕을 빈다.

옴마니반메홈(唵麽抳鉢銘吽)은 ‘온 우주에 충만해 있는 지혜와 자비가 세상의 중생에게 퍼지다’라는 뜻이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주문으로, 이 주문을 외우면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의해 번뇌와 죄악이 소멸되고, 온갖 지혜와 공덕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4) 마니퇴(堆)

경전이 쓰인 작은 마니석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 마니석을 지날 때는 반드시 왼쪽으로 돌면서 지난다.

5. 셰르파 및 포터

1) 셰르파

셰르파(Sherpa)는 ‘동쪽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500여 년 전 티베트에 살다가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들어와 고산지대에 사는 부족이름으로 불리어졌다. 그래서 대부분 티베트불교(라마교)를 믿고 티벳 방언을 쓴다. 유럽에 히말라야가 알려지면서 서구의 등반가들은 짐을 옮기기 위한 일꾼을 필요했는데, 막상 고용하고 보니 셰르파들이 가지고 있는 히말라야에 대한 지식, 고소에 대한 능력과 역할이 강조되면서 강인함, 지구력, 용기, 대원들과의 우정 등으로 지금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현재는 히말라야 등산에 없어서는 안 될 등산안내자 즉 '도우미'란 의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 포터

교통수단이 없는 히말라야 같은 곳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원정대의 짐을 운반하는 사람을 포터라고 부르며, 로컬 포터라고도 한다. 포터는 보통 30킬로그램 정도의 짐을 진다. 베이스캠프 이상의 고소에서 등산 활동에 종사하는 포터는 하이 포터라고 부르며, 전진캠프로 짐을 운반하는 것이 주된 임무지만 루트 공작과 고정로프 설치 작업에도 대원들과 함께 참여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수 인원과 초경량의 물량으로 등반을 하는 알파인 방식의 등반대가 늘어남에 따라 하이 포터를 고용하지 않는 셰르파리스 등반도 성행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등산상식사전, 2010.10.7. 해냄)

히말라야에서 포터들의 역할은 대단하다. 자동차 길이 없는 험한 산길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이들이 운반하기 때문이다. 곡식을 비롯하여 각종 생활용품, 식품, 음료수, 맥주 등 모두 이들이 나른다. 심지어 나무나 돌, 철재 등 건축자재를 한사람이 80~100kg씩 지고 가기도 한다.

포터들을 위해 네팔 정부와 인근 주민들은 곳곳에 이들이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받침대를 설치해두고 있다.

‘마까리’는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다. 그런데 마까리는 어깨의 힘이 아니라 목의 힘을 이용한다. 마까리 위에 짐을 쌓고, 마까리 옆에 끈을 묶어 머리에 걸친다. 그리고 마까리 위쪽에 묶은 끈을 하나 내려 손으로 잡고 올라간다. 마까리를 지탱하는 띠가 어깨가 아닌 머리에 걸쳐 있기 때문에 마까리를 지고 가는 사람들의 목에 엄청난 힘이 가해진다.

라우르는 우리의 지게작대기 같은 것으로 길이는 60cm남짓, 굵기는 7-8cm, 네팔 사람들이 물건을 메고 갈 때에 지팡이로 쓰고 잠시 쉴 때는 걸터앉는 도구로 쓰는 물건이다.

6. 순박한 네팔리

네팔리는 매우 순박하다. 엄청난 짐을 메고 생활도 넉넉하지 않지만 늘 밝고 명랑하다. 12일 동안 이들과 함께 하면서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큰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든다.

또한 포터와 가이드를 고용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며, 네팔 정부에서도 일자리 차원에서 관광객들에게 이들의 고용을 권한다. 일종의 ‘공정여행’인 셈이다.

7. 수송 동물(야크, 좁교, 당나귀, 노새)

히말라야 하면 떠오르는 동물이 ‘야크’다. 야크는 우리나라 소보다 약간 작다. 뿔이 뒤로 젖혀졌으며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털이 매우 길다. 성질은 온순하며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야크는 고기, 젖, 털 등 버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히말라야의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동물이다. 심지어 야크 똥까지 말려서 불을 때는 연료로 이용된다.

그러나 야크는 해발 3400m 아래의 저지대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이 고도 아래에서는 주로 야크와 물소를 교배시킨 ‘좁교’라는 동물이 물자를 나른다. 좁교는 힘이 세고 털이 야크보다 짧아 더위와 저지대에서 주로 활약한다. 좁교는 털이 짧고 뿔이 앞으로 향해 있다.

이들 외에 당나귀, 노새 등이 물자를 운반한다.

히말라야의 길에는 이들이 눈 똥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초식동물이어선지 그렇게 냄새가 많이 나지 않고,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8. 빙하

이번 트레킹 중 고줌바 빙하와 쿰부 빙하 2개를 횡단했다. 또한 촐라를 넘으며 빙하 위를 걷는다. 총 3차례의 빙하를 만나는 셈이다. 3개의 빙하를 지나면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도 하고, 그 앞에서 인간의 힘이란 얼마나 미약한지를 느끼기도 한다.

설산과 빙하라는 거대한 자연을 접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9. 고도(高度)와 고산병

에베레스트 트레킹 계획을 어떻게 짜느냐에 다소 달라지지만 최소 1번 이상은 5000m 고도를 넘어야 한다. 이번 우리의 경우 고쿄리(5360m), 촐라(5330m), 칼라파타르(5550m) 등 3차례 올랐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자 만년설이 쌓여 있는 킬리만자로가 5895m, 유럽 최고봉인 알프스의 몽블랑이 4807m, 북미대륙 로키산맥의 최고봉인 맥킨리가 6194m인 점을 생각하면 5000m 고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00m를 넘어가면 고산증세를 느낀다. 맨 처음 느끼는 것이 평소보다 숨이 가빠진다는 점이다. 조금 빨리 걷거나 오르막을 오를 때 평소보다 더 쉽게 숨이 찬다. 하지만 이 정도를 고산증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고산증은 높은 곳에 오르면 평지보다 희박한 산소 때문에 우리 몸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다양한 증상이다. 구토, 어지러움, 손발 저림, 무기력증, 답답함, 빠른 심장 박동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뇌수종, 폐수종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고산증 예방을 위해 다이아막스(이뇨제)를 하루 전 1회 반알 정도 복용하기도 하지만 자주 소변을 봐야 하므로 숙면에 방해가 되는 부작용이 있다. 일단 고산증이 생기면 비아그라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고산증에는 고도를 내리는 것 외에 어떤 특효약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네팔 트레킹을 하는 많은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고산증에 따른 고통이다.

10. 트레킹과 트레커

전 세계의 사람이 많이 오지만 특히 유럽인이 많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일찍이 등반기술이 많이 발전한 나라들이다. 특이한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동양에선 한국인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등산 애호가가 많으니만큼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요즘 들어 중국인들이 좀 오지만 우리처럼 등반이 아니라 밑에서 관광 좀 하는 행락 수준이라고 한다.

사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비해 훨씬 어렵고 고된 길이다. 장기간 걸어야 하고 고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여길 찾는다. 어려움만 이겨낼 수 있다면 많은 것을 선사하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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