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수요·치안수요 급증…정부, 세무서·경찰청 설립 요구 '묵묵부답'

세종시에 경찰청과 세무서를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12년 7월 특별자치시로 출범한 세종시는 올해 만 4년째로, 행복도시 건설 2단계인 자족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빠른 인구 증가세 못지않게 사업체도 급증하고 있지만 세무서가 없어 납세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집회·시위가 거의 매일 열리고 치안 수요가 폭증하면서 세종경찰서가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세무서와 경찰청 신설이 시급한 현안이 된 이유다.

지역사회의 세종세무서, 세종경찰청 신설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키를 쥔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꼭 필요한 세무서, 아직도 신설은 ‘요원?’

세종시 인구는 특별자치시 출범 전인 2012년 8만 명에서 올 들어 5월 말 현재 23만 명을 넘어섰다. 연간 4만~5만 명씩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2017년쯤에는 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종시 인구 순이동률도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이후 지난 4월까지 46개월 연속 전국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사업체 수도 증가세다. 지난 4월 신설법인 수는 50개로 작년 동월(39개) 대비 28.2% 증가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누계 신설법인 수도 올 들어 1~4월 158개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8%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업체가 크게 늘면서 세종시의 국세 업무를 관할하는 공주세무서의 세수는 2012년 4287억 원에서 2015년 9653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세 신고인원도 2만 1411명에서 3만 1112명으로 45% 증가했다. 법인세 신고인원 역시 2395명에서 3528명으로 47%, 양도세의 경우 6833명에서 1만 1326명으로 66%나 각각 늘어났다.

이처럼 세원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 세종에는 납세 업무를 볼 세무서가 단 한 곳도 없다.

세종시민이 세금 신고·납부 업무를 보려면 25㎞ 이상 떨어진 공주세무서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납세 편의를 위해 세종세무서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세종시로 이전한 국세청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지난 3월 15일 공주세무서 세종지서 격인 ‘공주세무서 세종납세지원센터’를 열었다. 세목별 신고창구와 상담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재산·법인세 관련 세금을 신고 납부하려면 여전히 공주까지 가야 한다. 역시 같은 달 세종시 아름동에 ‘세종납세지원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지역 납세수요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구 대전지방국세청장은 3월 공주세무서 내 세종납세지원센터 개소식 자리에서 “세종세무서가 하루 빨리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 역시 “경제활동과 밀접한 세무행정의 편의 제공을 위해 세종세무서 신설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전상공회의소도 이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전과 세종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전상의는 이달 초 ‘세종세무서’ 신설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부부처에 건의문을 제출한 상태다.

대전상의는 “정부는 102번째 국정과제로 명품 세종시 건설에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며 “명품자족도시 건설에는 행정서비스 기반이 중요하며, 특히 경제활동과 밀접한 세무행정이 지역민과 기업에게 편리하게 제공돼야 한다”면서 세종세무서 신설을 촉구했다.

세종세무서 건립 부지는 행복도시 개발 계획 단계부터 현 세종시청 인근지역(약 1만 5000㎡)에 이미 반영돼 있다. 행복도시건설청도 2017년 착공해 2019년 준공한다는 세무서 건립(안)을 1차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종남부서 신설에서 나아가 경찰청 건립 요구도 봇물

세무서와 마찬가지로 경찰청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단기간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치안수요가 덩달아 늘어난 탓이다.

세종시 경찰 1인당 담당인구는 타 시도를 월등히 앞지른다. 2015년 세종시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854명. 전국 평균(462명)보다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세종경찰은 올 들어 정원을 100여명 정도 늘렸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이 몰려 있어 집회·시위도 잦다. 세종시 집회 시위의 경우 2015년 충남 전체(1500여건)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36개 정부 주요 부처가 이전한 영향이 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12 신고는 물론 5대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이에리사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8월까지 112 신고는 1만969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4% 증가했다.

이 기간 5대 범죄도 773건으로 전년(657건) 대비 17.7% 늘어났다.

현재 단 한 곳에 불과한 세종경찰서 인력으로는 이 같은 방범 및 치안 등의 수요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세종경찰은 물론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이 같은 현실은 세종경찰서 직원들이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를 꺼리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24시간 내내 격무에 시달리는 신도시 파출소의 경우 사정은 더 하다. 경찰들 사이에선 “본서에 남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종시 차원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앞서 이춘희 시장은 지난달 말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강신명 경찰청장을 연이어 방문하고 세종지방경찰청과 세종세무서 신설을 건의했다.

강신명 청장도 세종 남부경찰서 신설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경찰청과 세종시는 우선 조치원 등 세종시 읍·면인 북부지역 치안을 현 세종경찰서가 맡고, 신도시 남부지역을 (신설하는) 남부서가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미뤄지고 있다.

세종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경찰청이 없는데다 중앙부처 등 특수성을 감안해 아예 경찰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남부서를 신설한 후 다시 경찰청 설립을 추진할 경우 또 다시 시일이 걸리는데다 행정 비효율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찰청이 신설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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