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지역 편중된 시가화 예정지 붉은 점 표시해 암암리에 관리…투기 의혹도

천안시 시가화 예정지 관리문건이 13일 열린 건설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행감장 모습.

충남 천안시의 인구는 올해 2월 말 현재 65만6700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 53만1000명 보다 20% 가까이 성장했다. 그런데 동·남부 생활권의 인구는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6만1800명에서 5만5800명으로 오히려 9.7%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천안시에 5만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공급됐지만 동·남부 생활권에는 한 건의 아파트 인허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 서·북지역에만 지어졌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천안시 인구구조의 민낯이다.  

이처럼 천안시가 서·북지역에만 편중된 개발정책을 유지해 온 배경이 드러났다. 암암리에 유지돼 온 비밀문서에 ‘2020도시기본계획’상 계획된 시가화 예정용지 24곳을 붉은 점으로 표시해 관리했고, 그 위치가 서·북지역에만 집중돼 있던 것. 

시가화 예정용지는 보전지역을 상업·주거·공업지역 등으로 바꿔 개발하려는 곳으로, 이 정보가 유출될 경우 땅값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투기조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2008년 도시기본계획 수립 지침을 개정, 시가화 예정용지 위치 표시를 삭제하고 토지소요량을 총량제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천안시는 이 지침을 무시하고 2012년 6월 시가화 예정용지 관리문건을 만들어 계속 유지했다. 문제는 문건에 표시된 위치를 결정하기 위한 어떤 합리적인 과정도 없었다는 것. 과학적인 연구 없이 결정권자인 시장의 마음대로 이뤄졌다.

이 문서를 기준으로 시는 민간사업자가 개발을 제안했을 때도 표시된 지역이 아니면 정당한 사유 없이 반려해 왔다. 실제 2012년 이후 동·남지역에 대한 4건의 지구단위계획과 1건의 도시개발사업 제안이 관련부서 검토과정 없이 반려됐다.

반대로 이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문서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들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내용이 13일 열린 천안시의회 제193회 제1차 정례회 건설도시위원회 소관 도시계획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됐다. 의원들은 이 문건의 위법적인 부분을 지적하며, 전임 시장 때 이뤄진 행위인 만큼 민선6기 구본영호의 내실 있는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전면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시의회, 행감서 질타…기존 시가화 예정지 삭제 요구

기존 시가화 예정용지 계획을 삭제해야 민선 6기 구본영 시장이 2030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주일원 건설도시위원장.

주일원 위원장은 “시가화 예정용지 관리문건은 표시를 금지한 국토부의 훈령을 명확하게 위반한 것이다. 또 이 문건을 기준으로 4건의 합법한 민간 지구단위 계획을 법률적 근거 없이 반려처분 한 것도 행정규제 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2020도시기본계획에는 시가화 예정용지 8.257㎢를 총량으로 정하고 4단계로 나눠서 관리하도록 돼있는데, 이 문건은 작성됐던 2012년 5월에 이미 4단계 물량 모두의 위치를 정해놓았다. 이 역시 내부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위법성을 지적했다. 

또 도시기본계획의 근본적인 취지인 ‘균형발전’도 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동부생활권은 지난 10년간 단 1건의 아파트도 건립되지 않았다. 시에서 민간사업자가 원하지 않는 곳에 공급지역을 지정해놓고, 다른 곳을 원하면 반려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시균형발전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앞서 지난 3월 전종한 천안시의원도 5분발언을 통해 “‘2020년 천안 도시기본계획’은 실패한 부분이 많은데도 정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시가화 예정용지 위치를 밀실에서 관리한 의도를 모르겠다”며 “향후 개발용지의 원활한 공급과 전략적 도시개발을 위한 천안시 시가화 예정용지 물량 세부운영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황천순 의원은 시가화 예정용지 전체총량의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황 의원은 “향후(2030 또는 2035 도시기본계획)에는 시가화 예정용지를 총량제 개념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표시된 지역을 배제하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그럼 기존 계획을 유지한 채 총량의 나머지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결국 전체 총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가화 예정용지를 개정된 법률의 취지를 살려, 미리 정하지 말고 총량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선태 의원은 “국토부 지침이 총량제로 바뀐 것은 미리 정해서 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그때그때 도시개발 수요에 적합하게 필요한 부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라는 취지”라며 “그런 점에서 시가화 예정지를 미리 정해놓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미 총량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내부문건을 폐기하지 않으면 구본영 시장이 새롭게 도시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자문절차나 공청회 등 공정한 절차와 법적 근거 없이 작성된 시가화 예정용지 관리문건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한은섭 도시계획과장은 “그동안 타 지자체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수원, 화성 등 우리시와 같이 위치를 표시해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 아닌 곳도 있었다”며 “표시하지 않고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공론화와 전문가 자문 등 여론수렴을 통해 운영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2020도시기본계획 상 반영된 시가화 예정용지(붉은 점) 위치도. 서북지역에 편중된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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