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칼럼] 대학의 본래 역할 다시 생각해야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시원서를 쓰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입학을 하고 한 학기를 보내면서 학생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꿈꿔온 대학생활과 현실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개인의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점에 직면해 그저 현실을 수긍하고 안주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제 문제들을 해결하가 위해서는 여러 해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대학재정의 규모 확대와 재정지원의 균등성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발전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대학에 대한 투자가 긴요하다.
 
대학은 인재들을 학문과 인격을 겸비한 최고의 지성인으로 양성해 인류사회에 공헌하게 하는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취업에 대한 첨예한 사회적 관심과 대학입시 등 복잡한 사회현실 문제로 본래의 기능과 역할 수행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사회여건이 교수들에게 산학협력, 대외봉사, 기획관리 등 부수적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와 학문을 밤새워 연구하고 강의를 하면서도 대학홍보, 입시, 학생취업 등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기대가 높은 만큼 사회적 요구와 바람도 더 커지는 모양이다.

과거에는 교무와 학생지도에서 보직교수로 대학행정에 관여하였으나, 이제는 대학기획, 학생취업, 산학협력 등 교수들의 역할과 보직이 확대되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다양한 직업과 산업 등 사회적 발전에 따른 학생들의 취업분야와 관심도 다양해짐에 따라 취업지도에 대한 시간과 노력도 연구와 강의 준비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다.

취업을 위한 산학협력과 사회봉사에도 많은 발품을 들여야 한다. 학문연구와 강의환경에 앞서 취업률이 대학평가를 좌우하고 있다. 대학교수 본연의 역할과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주객전도 현상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대학의 현실이다.
 
급변하는 대학 현실은 행정 분야에서도 요구가 다양해졌다. 서너 개 부서로 포괄적이던 대학행정이 기획법인, 인사총무, 예산회계, 교수지원, 대외홍보, 시설관리, 산학협력, 국제교류, 창업취업, 평생교육, 각종 사업단 및 부설연구소 등 조직과 업무가 다변화됐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다양해진 현실에서 대학 행정의 세분화와 전문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학행정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됨에 따라 행정직원들의 업무도 과중해지고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게 됐다. 조직 리더십, 업무분장 및 평가, 대학의 경영방침 등 혁신적 행정과 업무처리에도 고심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적 학사업무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포괄적인 조직생활과 효율적인 행정력에도 부담을 갖게 되었다.

대학생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러움을 샀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에도 대학 졸업은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 과정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이 전문지식 습득에 몰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취업을 위해 개인 스펙을 쌓아야 한다. 경제 불황으로 좁아진 취업문은 졸업을 연기하는 이상 현상까지 불러오게 만들었다. 

물질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대학생은 우리의 미래이며 국가 발전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대학생들이 인생의 사분의 일을 학업과 학문에 전념하고도 졸업 후 지성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모든 금전적 역량을 교육에 쏟으면서도 우리 대학생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야만 한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들이 언제까지 불안 속에 갇혀 지내야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학은 교육기관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여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국가와 인류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이 튼튼해야 산업도 여러 분야에서 발전하고 경제가 안정되어 고용 및 취업도 안정될 수 있다. 사회 흐름과 시대적 요구는 수시로 변한다. 그러나 대학과 교수가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 환경마저 사회 환경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된다. 계절에 따라 가지와 잎이 변한다고 해도 나무줄기는 바뀌지 않는다. 줄기마저 계절에 따라 바뀐다면, 나무는 본래 기능을 상실하여 충실한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대학이 취업이라는 현실적 욕구와 일부 학벌중시 성향으로 대학 본래의 기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큰 강물에 흘러드는 작은 지류는 본류에 반드시 합류하게 돼 있다. 대학이 흔들림 없는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학문과 연구와 학생지도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사회발전도 합류하게 될 것이다. 대학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때 대학이 발전하고 학생이 발전하고 사회와 국가가 발전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위한 득천하영 재이교육(得天下英才而敎育)이 대학의 역할이요 우리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