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단] 민병찬 한밭대 교수 | 지능형기계산업육성사업단장

우리가 대학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사회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유도 있다 하겠다. 그러한 이유에서 대학생들의 사회적인 사명이 더욱 크게 요구되기도 한다. 대학의 기능을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 창조적인 연구와 복지증진에의 기여 및 봉사라는 세 가지로 박대선 교수는 대별했다.

우리 대학생들은 최고의 전문지식을 전수받으며, 최신의 창조적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봉사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사회에의 기여 및 봉사의 문제는 교육정도와는 별개로 개인의 정신적 사고방식과 행동습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대학생들은 그 사명을 새로이 되새기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대학생활에서의 자세가 중요시 되고 있다 하겠다.

대학생들에게는 원만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습관화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원만하다는 것은 모두에게 유익하여 폐해가 없다는 것이며 합리적이라는 것은 실천 가능하여 실제적인 것임을 내포한다.  우리는 대학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우수한 것, 그리고 가장 실천적인 것을 연구하고 또 배우고 있다. 배우고 연구한다는 것의 일차적인 목적은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그에 따라 실천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만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양에는 건전한 정신(sound mind)이라는 말이 있고 동양에서는 선정기심(先正其心)을 강조해 왔다. 공자는 평생을 두고 학문의 연구에 정진한 사상가다. 그가 살던 시대는 여러 가지로 혼탁하여 인륜이니 정의니 하는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마저 생각키 어려운 때였다. 이러한 때 그가 강조한 사상 중의 하나가 정명주의 (正名主義)였다.

대학생들에게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습관화될 때, 향후 그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그 일의 성과가 곧 자신의 발전은 물론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M. Lerner는 대학교육의 중심 목적의 하나를 가치관의 혁명(Value Revolution)이라 했다.  문제는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그름을 버리고 옳은 일을 고수할 수 있는 정신적 자세인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여 정의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Lerner가 말한 가치관의 혁명이 필요한 것이며, 가치관의 혁명에 의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지성인으로서의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습관화된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행동의 실천이라 하겠다. 우리는 정의로운 행동이 어떻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학식이 높은 지식인이라 하더라도, 또 고도의 전문지식을 습득한 관리자라 하더라도 그 학식과 전문지식을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의거하여 정의로운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대학의 필요성이 반감될 것이다.

대학생을 지성인이라 함은 전문지식과 인성을 겸비하여 학문을 연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성인으로서의 대학생이 순간적이며 개인적인 이익을 초월하여 정의로움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그로인한 봉사라는 가치관을 상실할 때 과연 우리 사회는 누가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가? 학식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한 지성인과 전문가가 사회를 선도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때, 그 중요성이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무엇보다도 ‘인간다워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다운 사회가 우선할 때 개인, 국가 및 인류가 진실한 발전을 할 수 있으며, 인간다움이 없는 물질적인 발전이란 때로 인간사회에 폐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지성인으로 자부하는 대학생들이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정의로운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길러 장차 그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야망을 품되 정의롭게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키워야 할 것이다. ‘알파고’라는 지능기계의 우수성에 놀라워하면서도 일면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인성에 의한 합리성 부재가 우리사회에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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