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정무 부시장 인사 시정 정상화 계기 삼아야

김학용 주필
권선택 시장은 정무부시장을 새로 찾고 있다. 백춘희 정무부시장이 물러난 자리다. 지난 주 대전시는 내정자를 발표하려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지금 정무부시장은 시간을 다퉈 임명해야 할 자리는 아니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된 인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인사들 많아

권 시장 취임 이후 2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권 시장 인사를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시 산하 기관 단체의 내정자가 발표될 때마다 지역사회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제대로 됐네!’ 하는 평가보다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인사가 많았다.

대전도시철도공사 합격자 비리 사건도 그러한 인사가 자초한 결과다. 권 시장이 이유 없이 전임 사장을 내쫓고 새 사람을 앉히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된 인사는 그 해(害)가 결국 인사권자 자신에게까지 돌아오는 법이다.

조직의 장(長)이든 민간기업 대표든 사람을 잘못 써서 망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본다. 쓰는 사람도, 쓰여지는 사람도 함께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이런 점이 자주 간과된다. 특히 공공기관 인사에서 그렇다. 장(長)이 ‘그 조직이 평생 내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용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용인’은 능력보다 양심으로 하는 업무

일에 있어서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양심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사람을 뽑아 쓰는 일은 양심으로 하는 업무다. 인사권자가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면 얼마든지 보다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다. 엉터리 인사가 많은 것은 인사의 목적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도와준 데 대한 보상으로 자리를 주는 경우도 있고, 조직보다는 개인적 목적을 위해 자리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정무부시장 후보로 거론된 사람들 가운데는 변호사들이 유독 많았다고 한다. 변호사 중에 유능한 인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권 시장이 처한 개인적 상황에서 변호사 기용은 권 시장이 남의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쓰는 꼴을 피할 수 없다. 큰 재판을 받는 시장이 ‘변호사 부시장’에 매달린다면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차기 정무부시장에 왜 법조계 인사를 고집하고 있는지 궁금 증이 일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변호사라 해도 다른 뛰어난 경력이 있어서 정무부시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변호사 부시장’은 권 시장 개인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대법 파기환송 가능성 있다면 ‘변호사 부시장’은...

권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가 있다. 얼마 전에는 합의부에서 전원재판부로 넘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선무효형을 받은 1, 2심의 파기환송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그동안 권 시장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였던 재판에 기류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시각이다.

그게 사실이면 권 시장 자신의 재판에 있어도 ‘정무부시장’ 인선은 중요한 문제다. ‘변호사 부시장’을 고집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면 나머지 재판에도 유리할 게 없다. 이미 여러 명의 변호사한테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변호사 부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변호사만 피하는 게 관건은 결코 아니다. ‘차라리 변호사가 낫다!’는 평가가 나올 인사라면 더욱 안된다.

이번 인사는 권 시장 인사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전처럼 내정자가 발표되자마자 실망감과 함께 의혹과 논란에 휩싸이는 인사는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 시장은 지난 2년 간 어려움을 겪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재판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인사 문제’였다. 재판은 권 시장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인사는 시장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개선이 가능한 일 아닌가?

권 시장은 이번에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산하 기관 단체장이나 정무부시장 인사는 단순히 사람 한 두 명을 뽑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인사권자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인사를 보면 사람들은, 인사권자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정 정상화 계기 삼을 인사로

사람을 잘 뽑으면 단체장 자신도 성과를 낼 수 있다. 설사 인재로 알고 뽑았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직원들은 ‘일에 대한 인사권자의 의지’를 알고 분발하게 된다. 엉터리 인사는 그 반대다. 조직 전체 분위기까지 해치고 인사권자 자신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인사가 만사인 이유다.

권 시장은 청와대 인사비서관까지 지냈다. 이런 ‘인사 상식’을 모를 리 없다. 인사 상식은 대개 ‘상식적인 인사’를 말한다. 이번에는 지역사회가 고개를 끄덕이는 상식적인 인사를 해야 한다. 시장 혼자로는 인선이 어렵다면 소속 정당 또는 주변과 상의해도 좋을 것이다. 정무부시장 한 명을 제대로 쓰는 데서 더 나아가 모든 인사와 시정 전체를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