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2> 10마리 중 7마리가 외래종

세종시 공원녹지과 “심각성 공감, 효율적 퇴치 방안 고민 중”

199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물의 포식자’ 퇴치 운동에 나선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 고유 어종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외래 어종이 그 대상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어종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배스와 블루길은 이미 전국의 댐과 호수를 장악했다.

세종이라고 다를까. 준공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은 호수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종호수지킴이'가 말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2~3년 내에 세종시 호수공원에서도 붕어, 잉어, 향어 등 토종어종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이에 따라 본보는 명품 세종호수공원의 생태계 파괴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캠페인 보도를 기획했다. 외래어종 번식 및 생태계 현황 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총 3회에 걸쳐 호수공원의 현재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 첫 번째 보도에서는 세종호수지킴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보도에서는 호수공원을 담당하는 관리 주체 측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며, 마지막 세 번째 보도에서는 스케치 기행으로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종호수지킴이들은 “앞으로 2~3년 안에 호수공원에서 잉어, 붕어 등 토종 어종을 못 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호수공원 내 외래어종 번식 및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호수공원의 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세종시 공원녹지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6일부터 3일간 진행한 어류 개체 수 조사 결과, 세종호수공원에 서식하는 어류 중 외래어종이 약 73%로 나타났다. 10마리 중 7마리가 외래어종인 셈이다.

특히 호수공원 서식 어류 중 블루길은 약 65%를 차지, 절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붕어(17.5%)와 배스(8.6%), 잉어(7.7%)가 그 뒤를 이었다.

최상위 포식자 블루길이 호수를 ‘점령'한 이유

준공한 지 3년 만에 블루길이 호수를 장악한 것이다. 치어를 비롯해 알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식성 탓에 같은 외래어종인 배스마저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 공무원 박씨(39)는 “세종호수공원 내 외래어종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한다”며 “타 시도의 골칫덩이가 배스라면 세종에서는 블루길”이라고 설명했다. 인공 호수인 이곳에서 토종 어종이 가히 멸종되다시피 할 만정도로 블루길이 어떻게 극성을 부리며 최상위 포식자가 됐을까.

관리 측은 "(금강)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알이나 작은 치어가 유입돼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호수공원에 담수된 물은 총 2만2000톤. 그중 매일 금강에서 유입되는 물은 5000톤에 이른다. 담당자는 “필터 과정에서 호수로 들어온 알이나 치어들이 천적이 없는 호수 안에서 기하학적으로 번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블루길의 규모로 볼 때 무단 방류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60개의 필터와 여러 단계의 정화 및 약품처리 과정을 거치는데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것이 희한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정화조 안에서도 눈에 보이는 크기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정도다.

수질관리시설 정화과정… 치어와 알 유입 경로는?

현재 호수공원의 수질은 1급수에 가까울 만큼 맑고 깨끗하다. 다만 유입되는 금강 물이 2, 3급수여서 수질정화시설사업소를 통해 체계적인 정화 과정을 거쳐 호수로 유입되고 있다.

풀, 치어, 쓰레기 등이 섞여있는 물은 1차 필터 과정을 거친다. 이후 약품처리(혼화응집조), 물과 찌꺼기 분리과정(가압부상조), 미세부유물질 재처리, 자외선 소독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1급수에 가까운 물로 정화되고 있다. 관리 주체 측은 “거의 수돗물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정화하는 필터는 주기가 있다. 하지만 관리 주체 측도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필터의 정상적인 수명은 2년이지만 1년 새 찢어지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드문 경우이긴 하나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확인하기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호수지킴이 퇴치운동 중단…“민원 전화 많아 골치”

세종호수지킴이 자원봉사자들이 작년부터 벌여 온 낚시를 이용한 (외래어종) 퇴치 활동은 최근 돌연 중단됐다. 이유는 시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시 관계자는 “퇴치 작업이 있을 때마다 걸려오는 민원 전화로 관리소도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민원인들의 제보 내용은 "낚시허가를 왜 해주냐"는 불만부터 "낚시협회에 등록해 정식 신청할 테니 나도 하게 해 달라"는 등 막무가내였다.  

시 관계자는 “외래어종 퇴치 목적을 설명해도 낚시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타·시도 퇴치 사례 도입, “여건 상 어려워”

현재 타 시·도는 외래어종에 대한 경각심과 생태계 보호를 목적으로 시민들과 함께 퇴치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 주도의‘낚시 대회’ 개최다.

충주, 제천, 울산, 성남, 전주 등이 이런 방법으로 외래종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 태화강에서 지난 1일 열린 첫 전국 단위 낚시대회는 1000여명의 강태공들과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대성황을 이뤘다. 최근 충주 호암지에서도 한시적으로 낚시를 허용, 1톤 가까이 되는 외래어종을 포획하는 성과도 냈다.

이와 관련해 시 담당자는 “배스와는 다르게 블루길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낚시 대회를 열기에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현재 호수공원 내 서식 중인 블루길의 크기는 10~15cm 정도. 흔히 말하는 낚시꾼들의 손맛(?)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수준이어서 낚시 애호가들이 몰려 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리 주체 측은 혹시 생길지 모를 불법(?) 낚시꾼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관리 담당자는 “한 번 낚시대회를 열고나면 분명 몰래 낚시하는 사람들이 생길 텐데, 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고민이다"라고 했다.

현 상황에선 낚시로 완전 퇴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호수 물을 모두 빼고 재담수하더라도 외래어종이 다시 들어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끝으로 시 관계자는 “가두리 그물 등 한 번에 많은 개체수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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