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 | 전 충청남도 서산시부시장

친구와 함께 국밥을 잘한다고 소문난 식당에 갔다. 식탁의 청결상태가 미덥지 않아서 휴지를 뽑은 다음 그 위에 수저와 젓가락을 놓으니 바라보던 종업원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 “휴지가 더 더러워요.” '어떤 근거로 휴지가 앞의 손님들이 쓰던 물수건으로 식탁을 대충 문지르고, 병에 남은 술을 부어 닦아내는 것으로 끝낸 식탁보다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휴지가 깨끗하지 못하다면 애초 놓지 말았어야지요’라고 말하고 싶었고, 식탁을 다시 닦아달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말을 섞어본들 유쾌한 반응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못들은 척하고 말았다. 휴지를 쓰는 것이 아까워서 그러는지, 아니면 깔끔한 척 한다고 비웃느라 그러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같이 가자고 권고한 친구의 입장도 있고 해서 떨떠름한 채 얼른 먹고 나왔다.

사용한 물수건을 수거해가는 과정을 보았을 때 그 물수건을 다시 써도 되는지, 비닐봉지를 뜯는 순간 퍼져 나오는 싸한 냄새를 맡을 때면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닌지, 몇 년 전 뉴스가 떠오르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더욱이 손이나 닦는 용도로만 쓴다면야 별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표현하기조차 역겨울 정도’의 별의 별 용도로 쓴 것도 세탁을 거쳐 다시 나왔을 것이라는 짐작에 이미지 또한 상쾌한 노릇이 아니기도 하다. 물론 철저히 소독하고 해롭지 않은 세제로 세탁하는지 당국에서도 점검을 했을 것이기에 지나친 염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부족한 위생관념에 정갈한 음식과 좋은 서비스 기대 어려워

경주에 갔을 적에도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알려진 남산에 가는 도중 점심때가 되었기에 식당을 찾았다. 마침 길가에 식당이 보여 다가가니 바깥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봉걸레로 평상을 닦고 나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평상 위에 있는 식탁까지 닦는 것이었다. 나중에 행주나 다른 것으로 다시 닦는다고 하더라도 걸레로 바탕 닦기를 해서는 분명 안 될 일이었다. 

할 말을 잃고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일행들은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인데, 저런 위생관념으로 과연 정갈한 음식과 좋은 서비스가 나올까?’하는 말을 나눴다. 우리 일행은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계획을 접고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다른 음식점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차라리 안 본 곳이 낫다’는데 의견이 일치되었다.

어느 방송국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식당에 갔는데, 식탁에는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놓여 있었다. 소 무릎 뼈를 끓여 낸 탕 한 그릇 값이 최저임금 기준으로 세 시간을 일해야 먹을 수 있을 만큼 비싼 식당인데도 그런 화장지를 놓는 양식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장지를 싼 비닐포장지에 ‘화장실용으로만 사용하시고, 식당이나 가정에서 냅킨으로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돋보이게 쓴 주의사항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손님들이 밀려들어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이니 ‘당신들 쯤 안와도…’라는 듯 주인의 데면데면한 표정을 읽으며, 인증표찰을 거둬들이고 ‘착하지 않은 식당’으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외식산업 발달하는데 위생관념은 여전

외식산업이 크게 발달하고 있다. 기념이 되는 날의 가족 모임은 대부분 식당에서 하고, 친구를 집으로 초청하여 음식을 대접하는 전통은 사라져 가고 있다. 술꾼들이 전날 밤 고생한 위장을 달래기 위해 푸석푸석한 얼굴로 찾던 해장국 차원의 음식 뿐 아니라 아침밥을 파는 식당도 늘어났다. ‘혼밥’이라고 하여 혼자 식당에 가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만큼 일반화 되고 있다. 맛과 분위기를 찾아 식도락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의 식생활이 ‘양’에서 ‘맛과 질’로 수준이나 위생관념이 높아지고 있는데 비례하여 접객업소의 준비가 거기에 맞춰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몇 몇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옛날 접객업소를 긴장시켰던 ‘위생검사’를 부활해야 한다고 하면 시대를 거스르는 소리로 들릴 수 있고, 물론 그럴 상황도 아니다.

다만 경영자나 고정 종업원은 물론이고,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최소한 위생관념과 서비스 마인드에 관하여 몇 시간만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일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식중독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이제 맛에 못지않게 청결의식과 서비스정신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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