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부동표 움직인 '초계파·무계파' 선언
선거 이후 각종 언론은 표를 가장 많이 가진 친박(친 박근혜)계가 ‘범(凡) 친박’ 성향의 정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기자가 보는 눈은 좀 다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토론에서 시작해 토론으로 끝났다. 그 토론에 담긴 ‘진정성’이 누구를 ‘반장’으로 뽑을지 망설이던 동료 의원·당선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최강 투톱, 3자 구도 경선 분위기 '주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뽑는 당선자 총회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새누리당은 후보자 정견발표 대신 토론(모두발언·상호토론·마무리발언)을 도입했다. 원내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가 한 조를 이룬 토론은 2시간 40여 분간 이어졌다.
기호 1번 정진석 당선인(4선, 충남 공주·부여·청양)·김광림 의원(3선, 경북 안동), 기호 2번 나경원 의원(4선, 서울 동작을)·김재경 의원(4선, 경남 진주을), 기호 3번 유기준 의원(4선, 부산 서구·동구)·이명수 의원(3선, 충남 아산갑).
주어진 시간이 짧으면 짧은 대로, 질문이 많으면 많은 대로, 간단·명료하게 끊어가며 본인들의 주장을 폈다. 그 주장에 소신과 호소를 실어 119명의 당선인들에게 전달했다. 긴장과 당황도 이들 사전에는 ‘없는 단어’였다.
최종 승부 가른 토론회, 흔들리던 표심을 잡다
승부의 분수령, 160분간의 토론에서 웃은 건 정진석·김광림 조다. 3개 조 모두 빼어난 언변을 발휘했지만, ‘진정성’을 앞세운 두 사람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특히 새누리당 사상 첫 원외 출신 원내대표에 오른 정 당선인은 ‘계파주의’ 공격에 의연하게 대처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 의원은 이번 총선 패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친박계 공천 파동을 무기 삼아 정 당선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유기준 의원에게는 “계파정치는 더 이상 없다며 친박이라고 하지 말라더니, 오늘은 친박인 걸 인정한다고 했다, 또 탈박이라고 했다, 뭐가 맞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계파 공격에 대처하는 자세.."친박, 친이 모임에서 절 본 적 있나"
나경원 질문: 2010년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했다. 지방선거 패배 뒤 어려운 상황에서 친박 인사를 기용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 주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진석 답변: 저는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이었지만, 친이(친 이명박)로 분류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지만,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친박 모임이나 친이 모임에서 저를 본 적 있느냐. 어느 계파모임에도 한차례 참석하지 않았다. 19대는 원외에 있었다. 자꾸 계파주의로 몰아가는데 저는 중도다. 살아본 곳도 제주도만 빼고 안 살아본 곳이 없다. 팔도사투리 다 구사할 수 있다. 편 가르기 싫어하는 정 가운데 위치한 사람이다. 초 계파, 무계파로 대동단결해야 한다.
'협치의 정진석'과 '경제의 김광림' 손 들어준 새누리당
김 의원은 간간이 위트를 섞어가면서 경직된 토론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답변 시간이 1분 정도 남았는데, 정책위의장 후보들은 마무리 발언 기회가 없다”며 못 다한 이야기를 꺼내며 원내대표로서 손색없는 정 당선인의 자질과 능력을 치켜세우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 의원은 “두 분의 대표와 의장 후보들 공약도 담아낼 수 있는 한 담아내서 환골탈태한 당의 모습을 이루는데 협치와 혁신의 정치를 이끌어 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첫 입성한 초선 45명(35%) 가운데 ‘정진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를 보낸 데는 정진석의 ‘진정성’이 빛난 토론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