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3년째 형식적 진료에 시민들 비난 쇄도하는 이유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이 ‘신도시 응급의료 공백 해소’라는 초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시민들은  2018년 상반기 세종 충남대병원(500병상‧도담동) 개원 전까지 '의료 원정의 역사'를 되풀이해야 하는 불편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8일 개원 3주년을 보낸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의 현주소다. 병원도, 세종시도 뾰족한 대책은 없다.

‘최상의 서비스로 의료공백 해소’ 내걸고 개원한 세종의원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은 2013년 3월 ‘최상의 서비스로 세종시 의료공백을 해소하겠다’며 금남면 용포리 옛 행복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24시간 응급진료팀을 중심으로 내과팀(심장‧소화기‧호흡기‧내분비‧류마티스‧신장), 외과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소아‧여성팀(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기타 진료팀(피부과‧비뇨기과‧가정의학과) 등의 운영을 공언했다. 전문의 10명, 간호사‧의료기사 20명 등 모두 30명의 의료진을 배치하고, 10여개 병상과 첨단 의료장비도 갖췄다.

당시 조치원읍에 있는 서울대병원 수탁 세종시립의원은 북부권의 읍면지역을, 세종의원은 남부권인 동지역의 수요 맞춤형 의료 구현을 표방했다. 세종의원은 정부세종청사 이전 공무원을 위한 의료 공백 해소 역할도 담당했다. 적어도 지난해 3월 개원 2주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한 달 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외래진료는 가정의학과만 남았다. 9개 진료과목이 1개로 축소한 셈이다.

신도시 내 민간의원 급증 탓에 축소?

충남대병원은 과목 축소의 이유로 ‘신도시 내 민간 의원 급증’을 들었다. 세종시 역시 그렇게 판단했다. 충남대병원이 분석한 지난해 말 기준 외래환자 수 변화 추이가 이를 보여준다.

2013년 3월 590명으로 출발, 다음달 1573명까지 늘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매년 하반기 정부세종청사 이전 시기와 맞물려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지난 2014년에는 2월(1438명)과 3월(1359명), 12월(1337명), 지난해에는 1월(1245명)에 가장 많은 환자가 세종의원을 찾았다.

응급환자 기준으로도 2014년 2월(657명)과 12월(678명), 2015년 2월(879명) 등의 수준을 유지하다 2105년 3월(1016명)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체적으로 꾸준한 환자수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 사이 한솔동에 이어 도담‧종촌‧아름동에 새로운 주거지가 잇따라 형성되면서 민간의원도 덩달아 급증했다. 시에 따르면 신도시에는 종촌동(18곳)과 나성동(11곳), 어진동(9곳), 아름동(8곳), 도담동(6곳), 고운동(4곳), 한솔동(3곳) 등에 모두 59곳이 들어섰다.

진료과목별로는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연합의원, 비뇨기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각 과별로 개인의원은 2곳부터 11곳까지 다양했다. 치과는 약 30곳, 한의원은 약 21곳으로 집계됐다.

자연스레 세종의원과 민간의원 간 진료과목 중복과 함께 경쟁관계가 형성됐다. 경쟁을 떠나 ‘초기 공공의료’ 성격의 세종의원이 민간의원의 정착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됐다. 세종의원도 변화의 바람을 거스르기 힘들었던 상황.

당초 2016년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계획이 예비타당성 부족으로 2018년 상반기로 2년이나 지연된 것도 작용했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신도시 의원 수 증가가 세종의원 축소로 이어졌고, 김봉옥 충남대병원장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로 어려운 입장을 전했다.

진료과목 축소에도 환자수 대폭 줄지 않는 이유 

지난해 4월 진료과목 축소 결정과 함께 환자 수가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됐다. 감소세는 분명 뚜렷했으나,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충남대병원을 찾고 있었다. 실제 외래환자 수는 지난해 초 10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으나, 응급환자 수는 오히려 5월(910명)과 9월(847명) 급증했다.

주말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세종의원을 찾는 인원이 꾸준하고, 충남대병원이 시민들에게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민간의원보다 충남대병원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세종의원 갔다 다시 대전 원정가는 시민들 불만 커져 

하지만 응급상황 발생으로 세종의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가정의학과 교수 1명에 간호사 2명 등 빈약한 의료서비스 수준 때문이다. 치료는커녕 대전지역 병원으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충남대병원 세종의원도 대부분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되돌려보내고 있는 실정. 진료 과목을 축소하기 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2014년 새롬중 화재 당시 연기를 들이마신 28명의 학생이 세종의원을 거쳐 대전의 주요 대학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서도 시민들이 이와 유사한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시 보건소에는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을) 믿고 찾아갔더니 오히려 실망만 하고, 시간만 낭비했다"는 시각들이 많다. 올해 들어 본보에만 여러 건의 제보성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8년 세종충남대병원 설립까지 남은 2년 ‘무대책’

시는 오는 29일 조치원읍 소재 충남대병원 수탁 세종시립의원의 문을 연다. 이곳은 읍면지역 고령층 의료수요를 감안한 ‘노인성 질환 전문 병원’을 추구한다. 올해에만 약 20억 원을 투입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많이 사는 읍면지역의 맞춤형 공공의료인 셈이다. 

반면, 신도시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2018년 500병상 규모의 세종충남대병원이 설립되기만 기다려야 하는 실정. 충남대병원의 의지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충남대병원의 세종의원 설치가 결국 종합병원 사업을 따내기 위한 일시적 꼼수 아니었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충남대병원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김 모(48)씨는 “2018년 종합병원이 들어서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기분’으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실현할지 의문”이라며 “현재 있는 세종의원부터 정상화하는 게 진정성 있는 태도 아니냐”고 했다.

29일 조치원읍 세종시립의원 재개장에 맞춰 만남을 예고한 이춘희 시장과 김봉옥 원장이 어떤 해법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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