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위즈덤위원회 세미나서 일침…"영혼없는 공무원 만들어"

예상된 대로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권선택 대전시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을 지상 고가 자기부상으로 결정한 염 전 시장이 노면 트램으로 바꿔 추진 중인 권 시장을 공격한 것이다.

염 전 시장은 18일 오후 2시부터 중구 문화동 BMK웨딩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전시당 위즈덤위원회 3차 세미나 '도시철도 2호선, 무엇이 적절한가'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시민 70%가 반대하는 트램을 추진할 수 있느냐"고 권 시장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도시철도 건설의 시급성은 대전시민 70%가 찬성하고 있지만 순조롭게 가질 않고 있다"며 "일부에서 시민이 선택한 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왜 시비거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기 때문에 트램으로 하는 정책은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권 시장은 취임 후) 트램으로 공약했지만 밀어부치지 않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언론인이나 대학 총장, 원로 등에게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시민 500명의 의견을 타운홀 미팅에서 현장 투표를 통해 직접 의견을 물었는데 70% 이상의 시민들이 트램을 반대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트램을 추진하려면 그 문제(시민들의 반대 여론)에 대한 여과 과정 등을 거쳐야 함에도 트램을 공식 발표했다"며 "대전시가 주관한 타운홀 미팅에서 70%가 반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트램 결정과정에서) 대전시 공무원들이 배제됐다"면서 "민선 5기 내내 대전에 적합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은 고가 자기부상이라고 홍보했던 공무원들이 트램을 선호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했음에도 생략된 채 트램 방식으로 확정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전시 공무원을 영혼없는 공무원으로 만들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엊그제까지 고가 자기부상이라고 말했던 공무원들이 오늘은 트램을 얘기하는,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공무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트램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만들어 줬어야 한다"고도 했다.

염 전 시장은 "대전도 트램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대덕구 오정동에서 신탄진까지는 별도의 차선으로 스마트트램하는 것은 맞는 얘기"라면서도 "트램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트램은 좋지만 대전시처럼 자기부상을 전제로 노선이 결정된 대전시가 도로를 잡아먹으면서까지 트램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난 시민들 대부분이 트램 자체는 좋은 시스템이지만 도시철도로서는 안 맞고 교통 대란이 일어난다고 얘기한다. 또 전주와 창원, 김해가 트램을 시도하다 폐기했는데 그 도시들이 아무런 검토없이 트램을 폐기했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새누리당 당원들과 위즈덤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했다.
염 전 시장은 "대전시에서는 개척자 정신으로 트램을 통해 교통 문화를 바꾸려 한다고 얘기한다. 좋은 얘기이며 개척자 정신으로 개혁하고 변화하려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트램으로 정해놓고 밀어부치는 게 개척자 정신은 아니다. 개척자 정신으로 교통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노선을 바꾸지 않는 것은 주민 반발 때문이다. 개척자 정신으로 트램을 추진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시민 설득도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반대하는 데 밀어부치는 것은 개척자 정신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왜 이 시점에서 세미나를 하느냐.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데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전시에서 트램을 강행한다고 할지라도 이런 토론을 통해 건강한 트램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세미나 개최 이유를 밝혔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트램 추진에 대해 염 전 시장처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용기 대전시당위원장은 "트램 방식으로 추진했을 때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대전시가 트램 방식에 대한 설득과 공감대 형성 노력이 부족했다.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장우 의원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폐해 중 가장 큰 것이 전임자의 업적을 후임자가 뒤업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입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은 자기부상으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대전시가 과학기술 도시인데 상징성에 맞게 자기부상으로 하면서 산업의 동력으로 삼아 관광 산업을 함께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트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미나 모습. 왼쪽부터 김배식 동명기술공단 부사장, 주정석 건화엔지니어링 부회장, 김창환 전 도시철도공사 사장, 강유정 동일기술공사 상무.
이후 진행된 세미나에서 주제 발제에 나선 강유정 동일기술공사 상무는 지상 고가와 지하철, 노면 등 3가지 건설 방식에 대해 장단점을 거론한 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여건을 고려해 동구 자양로 구간(3.3KM)을 지하화하고 나머지 구간은 고가로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위즈덤위원회 교통분과위원장인 김창환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좌장을 맡아 김배식 동명기술공단 부사장과 주정석 건화엔지니어링 부회장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패널들도 대체로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 방식은 트램보다는 고가 자기부상 방식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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