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옛동네의 재발견] <5> 국무총리비서실 공보협력비서관

새벽 5시 어김없이 눈을 뜹니다.
밤 2시경까지 책을보다 졸았는데도, 일요일이지만 자연스레 눈이 떠집니다.
19개월 청와대생활의 후유증인가 봅니다.

집을 나섭니다. 새벽의 대전을 보고싶습니다.
대전 선화동본가로 새둥지를 튼지 어언 10달이 넘지만, 한적하게 대전의 도심을 즐긴건 별로 없는 듯합니다. 그것도 새벽의 도심.

'새벽을 움직이는 사람들로 시장은 분주하겠지?' 기대를 하는 동안, 대전역앞 중앙시장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도통 문을 연 점포가 귀합니다. 저녁에 순대와 수구레 안주삼아 술한잔 하러 들르곤 했던 이 시장, 그때마다 많은 점포가 일찍 문을 닫기에 새벽에 일찍 시작을 할줄 알았는데... 새벽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나 봅니다. 역시 경제가 문제인가 봅니다.

길건너 작지만 역전시장을 기웃거립니다. 그래도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야채를 파는 좌판 노인들, 생선가게 정육점 아저씨들이 분주합니다. 역시 사람냄새가 좋습니다. 모든 재래시장의 아침이 북적북적했으면, 서민의 얼굴이 조금은 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배가 출출해 찾은 곳, 다시 길을 건너와 중앙시장내 함경집. 옛맛그대로, 국물농도가 진합니다. 소머리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김치고추가루양념 진하게 넣고, 파듬뿍넣어 소머리국밥 한그릇을 뚝딱합니다.

중앙로를 걷습는다. 모교인 보문고등학교는 중앙로와 가까워 친구들과 틈틈이 중앙시장, 홍명상가, 은행동거리를 쏘다니며 꿈과 우정을 키웠었죠. 신신당,보옥당을 거쳐, 홍명상가와 브라다백화점 자리를 둘러봅니다. 홍명상가 안에 있던 "르네상스"음악실이 생각나네요.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듣던 비틀스 '예스터데이'의 생생한 감동이 떠오릅니다.

그 컸던 중앙로 큰 길이 고작 왕복 6차선 이었음을 오늘 새삼 알게 됩니다. 이안경원, 유락통을 거쳐 동백사거리..

동백옆 롯데리아는 아직도 건재합니다. 대전에 들어온 최초의 패스트푸드이지요. 돈을 아껴 가끔 사먹던 햄버거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 맞은편 건물 '시나브로' 라는 돈까스집이 있었습니다. 내가 자주 갔던 곳. 서울대학교 재학시절 농활(농촌봉사활동) 끝내고 열댓명 동기생들이 몰려와 함께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성심당앞입니다. 튀김소보루와 부추빵을 살까 했으나, 8시부터 오픈이랍다. 시계를 보니 7시 조금 넘었습니다. 할수없습니다. 출근길 기차안에서 자주 먹으니 오늘은 그냥 패스.

대흥동천주교회는 언제 보더라도 아담하니 정겹습니다. 항상 이곳을 지날 때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편안해집니다.

사리원면옥 김치비빔에 물냉, 모투리에 동성삼계탕, 건너편 귀빈돌솥밥, 그리고 진로집... 이곳의 음식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근처 브라암스, 팔로미노 커피집을 자주 찾았는데... 안보이니 서운합니다. 대학때 방학이면 미팅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과 종일 담배피면서 수다를 떨었던 이곳.

집으로 향하려다가 나온김에 유성에서 온천을 해보기로 합니다. 지하철이 있지만, 오늘은 버스를 타보고 싶네요. 유성행 옛 1번버스. 할아버지랑 분기에 한번정도는 온천가려고 탔던 버스. 옛날엔 자주 있었는데 더디게 오네요. 그래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동안 지금은 떠나버린 대전을 대표했던 충남도청, 삼성생명건물, 대흥동  선화동 먹자골목... 옛 추억이 떠오릅니다.
침체된 현재의 모습에 생각이 잠깁니다.
버스를 탑니다.

나는 오늘 대전의 옛중심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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