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국열의 밥그릇챙기기] 평생밥벌이학교 교장

# 명절이 다가오면 노란 선물상자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어김없이 택배로 배달된다. 처음엔 무척 부담스러워 기어코 사양했다. 그러나 마음으로 받아달라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보내오는 선물은 다름아닌 오뚜기 선물세트였다. 미국 투자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 은행 파산사태가 일어난 지난 2008년 늦가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충격에 빠진 30~40대 직장인들을 위한 자산관리 공개 세미나에서 우연히 알게된 S공무원이 그 주인공이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2시간짜리 특강에서 뒤늦게 도착한 걸로 생각난다. 주식을 비롯한 펀드, 채권, 보험 등 알찬 금융정보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쪽집게 강의를 마친뒤 쏟아지는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때 S공무원이 대뜸 손을 들더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의 대학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 좋겠느냐며, 만약에 주식투자를 할 경우 유망한 종목을 추천해 달라고 질문을 했다. 그래서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주식은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상존하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일단은 본인의 여유자금 확보와 투자성향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에 대해서만 조언해주고 성급히 강의장 밖을 나섰다. 그 순간이었다. S공무원이 강의하느라 속이 허기진 나를 납치하다시피 인근 커피숍으로 데려가서 커피고문(?)을 시킨 날로 확실히 기억된다.

결국, 가게 문닫을 시간까지 날 볼모로 잡아놓더니 공무원을 직업으로 갖게 된 이유부터 시작하더니 부동산 사기와 보증으로 인해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투자금을 날린 이야기하며, 현재 자녀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인생상담을 들어 주는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특히, 부족한 자녀 교육자금 마련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주식투자를 해야겠다며 유망한 종목을 추천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며 괜한 억지를 부렸다.

결국, 오랜 대화를 시도한 끝에 엄선해서 고른 종목이 식품업체 오뚜기였다. 추천 이유는 간단했다. 초등학생 막내가 케첩 없이는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밥과 반찬에 케첩을 뿌려가며 먹는 케첩 마니아라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실 생각을 해보니까, 케첩과 마요네즈, 카레 생산의 시장 점유율 제 1위의 식품회사 인데다 부도날 염려는 아예 없고, 경기를 안타고 꾸준히 이익을 낼수 있는 회사라는 점이 맘에 들어 장기적으로 대학 등록금 마련으로는 최고의 종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럭저럭 수년의 세월이 흘러서 진짜로 대박이 난 사실을 한통의 감사편지와 선물세트에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S공무원은 그날 특강후 만난 커피숍에서 추천한 오뚜기 주식을 투자해서 전혀 기대하지도 못한 뭉칫돈을 만지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만날때마다 연신 고맙다며 손을 붙들고 한동안 놓칠 않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때 케첩 없이는 못산다며 반찬투정을 부린 초등생 막내가 어느새 훌쩍 커서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당시 등록금은 오뚜기 투자로 번 수익금으로 마련했다면서 공짜로 입학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그는 내 손목을 움켜 잡는다.

식품업체 오뚜기가 바꿔놓은 S공무원 가정의 인생역전이었다. 우연하게 딱 맞아버린 기회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나 역시 흐뭇했다. 다름아닌 S공무원에게 들어온 대운(大運)과 재물복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4일 오뚜기 종가를 살펴보니 102만 1000원. 올해 들어서만 무려 110%나 상승했다. 지난 2012년에 주가가 21만 8500원으로 20만원대를 돌파하더니 2013년 39만8000원, 2014년 48만6000원을 찍고나서 금년에 드디어 100만원대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매년 1000억원 안팎으로 수익을 거두는 오뚜기는 꾸준한 이익으로 인해 불과 최근 3년새 거의 4배가 올랐다. 그뿐만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보자. 지난 2001년 7월 1만155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지난 14년동안 무려 100배 가까이 상승한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불황에 강한 오뚜기였다.

# 메르스 첫 환자 발생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기 전인 지난 3월말로 기억된다. 중국 본토 펀드에 10억원을 투자한 전문 건설업체 K사장 계좌 잔액은 한달만에 12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상하이 증시가 급등하면서 무려 20% 가까운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K사장은 예상보다 빠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서 중도환매를 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가입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펀드를 환매하면 이익금중 70%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한차례 환매시기를 놓친 K사장의 펀드 수익률은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중국증시 급락과 함께 손실구간으로 진입했다. 기존에는 운용 전략상 단기 매매가 불가피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레버리지 펀드를 제외한 공모펀드를 30일 이내에 중도환매하면 이익금의 70%, 90일 이내는 30%를 일괄 환매 수수료로 부과해왔다. 주식·채권형에 상관없이 공모펀드라면 모두 적용돼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메이저 증권사 지점장으로 있는 총학생회장 출신인 고교친구가 상장지수펀드(ETF)를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과거 엄청난 손실을 본 코스닥 바이오 업종 종목을 매도하고 갈아탄 지 얼마된지 않아서 다시 손실이 발생해 무진장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이래저래 주식이란 놈은 본인에게 궁합이 맞질 않는다며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조제한 홧병약을 서너달째 먹으며 착잡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중이란다.

금년 매출액도 작년보다 30% 감소한데다 주변에서 덤핑공사로 인해 영업이익마저 급격히 줄어 초상집 분위기란다. 그래서 다가오는 연말을 앞두고 인건비라도 건질 생각으로 주식으로 눈을 돌렸는데 오히려 가지고 있던 원금마저 깨져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며 투덜거린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 독한 심정으로 담배마저 끊은 지가 석달째인데 요즘 금단현상으로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 고민중이란다. 결국 배우자가 준비해준 건강식 도시락을 챙겨가며 5㎏ 다이어트 작전에 돌입했단다. 퇴근길에 자재공장 인근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 하자고 전화를 걸면 체중감량 끝내고 보자며 전화를 성급히 내려놓는다.

# 요즘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재테크 강연요청에 바쁜 남자가 있다. 작년 1월 취임후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자 미국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의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사장이다. 그가 취임할 당시 수익률면에서 업계 골찌 수준이었다. 하지만 취임후 부진한 펀드를 모두 정리하고 장기 및 가치투자를 전략으로 하는 메리츠 코리아펀드의 운용에만 집중한 결과 작년 연간 수익률 14.86%로 업계 1위에 올랐고, 올해에도 8월까지 32% 수익률로 2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는 “한국인의 노후준비는 정말 끔찍할 정도 잘 안돼 있어 앞으로 미래가 걱정된다”며  “월급쟁이나 소규모 자영업자가 부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딱잘라 말한다. 그러나 “주식에 장기투자한다면 누구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리려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종목을 일찍 발굴하는게 중요하다”며 “시가총액이 작아 증권사들이 잘 다루지 않는 기업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귀띔한다. 이어 “경영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며 “경영진의 도덕성과 기업 지배구조만 잘 살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항상 강조한 원칙이 있다. “자신이 최고 전문가가 아니란 사실을 직시하고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는 적립식 투자를 권유한다. 밥먹듯 주식을 조금씩 사라는 것이다. 리 사장은 “후배들에게 술 마실 돈 있으면 주류회사 주식을 사고, 차(車)사는 대신 자동차회사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며 “복권을 구입하면 일주일간 희망을 갖지만 주식을 사놓으면 그 희망이 평생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주식은 매매하는 수단이 아니라 일단 사서 수십년 묻어두거나 아예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생각하라”면서 “어차피 주식을 매수하는 최선의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면 좋은 종목을 장기간 보유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한다.

#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때 49만원까지 하락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았으면 현 주가 133만원에 팔수 있을텐데 하는 후회가 생길 법하다. 그런데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런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헤지(hedge)를  반드시 해야 하며 헤지에 따르는 기회비용 또한 감수해야 한다. 이는 결국 수익의 포기를 말한다. 수익을 얻으려면 헤지를 포기해야 하고, 안전한 헤지를 원한다면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지난 1년간 교통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1년전에 자동차보험을 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며 후회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결국, 위험도 없애고 동시에 수익도 올리길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건설업체 K사장과 S공무원처럼 투자는 각자의 몫이고 거기에 따른 수익과 위험도 사람 각각의 통찰력에서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투자를 어떻게 하든간에 이 불황의 시대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약자(弱者)들이 아무렇게나 굴려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살아가길 진정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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