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슈 없이 국감 마무리…"탈정치" vs "생활정치" 짧은 공방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6일 오전 열린 세종시에 대한 국정감에서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국가 백년대계 속에 추진된 세종시가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한 마디로 일반 지방자치단체와 다를 게 전혀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몇몇 의원들은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서라도 국회 자체의 세종시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종전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16일 세종시 대상 첫 국감…밋밋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대전대덕)은 경부고속도로 회덕IC 신설에 대한 세종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뒤 보충질의에서는 “세종시가 실질적인 행정수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와 청와대가 자리하는 꿈을 그려 본다”며 “세종시 탄생 과정에서 충청인들의 성원이 컸다. (대전시-세종시 통합 검토 등에 대해)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하지 말고, 큰 틀에서 비전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민기 의원(경기용인을)은 세종시 인구에 비해 공무원(1,214명)이 너무 많은데다 6급 이상 공무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등을 지적한 뒤 “연기군(현 세종시) 공직자 여러분은 굉장한 행운이다. 진급의 기회가 굉장히 많은데, 수급 계획을 꼼꼼히 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춘희 시장은 단층제 지방자치단체로서 기초와 광역 업무를 모두 수행하다보니 오히려 공무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한 뒤 “충원 계획을 수정·보완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서울마포갑)은 연말까지 진행되는 정부부처 3단계 이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공무원들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출퇴근 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식이라면 행정수도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 시장은 “정주여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치와 행정이 분리된 데 따른 근본적인 대책으로 국회 분원 설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체 회의는 여의도에서 하되 9개 부처 소관 상임위는 세종청사에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뭔가 새로운 게 있을 줄 알았는데”…부실 업무보고 ‘질타’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경남창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라고 해서 뭔가 새로운 모델이 있을까 많이 기대하고 왔다. 그러나 업무보고를 들었는데 타 시·군과 대동소이하다”며 “새로운 도시 모델을 만든다면 흰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 장기적인 플랜을 그려야 하는데 현안 해결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한 사실을 언급한 뒤 “농업과 ICT(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창조마을을 조성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대구달서병)도 “18대 국회 때 세종시 이전을 적극 찬성하며 투쟁했던 사람이다. 행정 중심뿐만 아니라 경제의 일부분도 지역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세종시는 지방 발전의 중심축인데 왜 중앙만 보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업무보고를 보면서 과연 그렇게 투쟁하면서 만들었던 세종시가 맞는지 싶다”며 “세종시가 잘 돼 국회와 청와대 제2집무실도 내려가야 하는데, 업무보고를 보면 내려오고 싶은 기업도 안 내려올 것”이라고 핀잔을 줬다.

조 의원은 시가 추진 중인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공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이 시장에게 “탈정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세종시가 특정 정당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 시장은 “지방자치는 철저히 생활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인천남동갑)이었다.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판결을 받았을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있었다고 소개한 박 의원은 당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 부단장 등을 맡았던 이 시장과의 이날 만남에 대해 “묘한 기분”이라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조원진 “탈정치” 주문에 이춘희 “생활정치” 반론

그는 또 “왜 청와대와 국회 자체가 와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나?”고 지적한 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을 풀지 않고는 국가가 발전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했던 게 바로 신행정수도 프로젝트였다.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의해) 공백 기간이 생겼는데, 그 정권에 몸담았던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비례)은 안전관리 문제 등을 질타했고, 같은 당 진선미 의원(비례)은 “세종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문화적인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진 의원은 논란이 많았던 조치원 서북부 도시개발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이 시장은 “이 사업에 대해서는 전임 시장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원도심을 살려서 쓰고, 그것이 부족할 때 신시가지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업에 대한 방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이미 토지 50%를 매입해 놓은 상태라 중지시키기는 어렵다”며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는 별다른 이슈 없이 12시 15분 쯤 마무리 됐으며, 이들 의원들은 점심식사 후 대전시로 이동 다음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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