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세종시 임시터미널 이전 논란’ 

고속버스 면허권자인 국토교통부가 이전 주도
현 터미널도 임시방편, 도시 관문역할 어렵다
“한솔동 정차요구” 관련기관 모두 부정적 반응

세종시 한솔동에서 대평동(3-1생활권)으로 이전한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두고 주민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용하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행복도시 첫인상을 좌우하는 건물로 볼품이 없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렇다면 ‘행정’은 이 같은 주민민원에 대해 어떤 답을 하고 있을까. 시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접근해 봤다. <편집자>

# 왜 이전하게 됐나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 조감도
지난 2년 동안 행복도시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은 한솔동 임시터미널이다. 매표시설과 화장실, 공용자전거보관소 정도로 단출하게 운영돼 왔으나, 현 위치인 대평동에 지상2층 연면적 960㎡ 가설건물을 짓고 지난달 15일 이전했다.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담당자는 관리권한을 지닌 국토교통부가 터미널 이전에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귀띔했다. 인구증가, 첫마을 임시터미널 주변의 교통 혼잡 등으로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무엇보다 향후 노선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선제적 조치”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노선신설은 민간운수업체의 수익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현재 노선신설에 대한 인·허가권은 국토교통부가 행사하고 있다. 운송사업자가 노선신설을 요청하면 국토교통부가 인가를 내주는 시스템이다.

본보가 접촉한 운수업계 관계자는 “운수업체가 적자노선에 뛰어드는 이유는 운송권을 사고 팔수 있기 때문”이라며 “세종시 인구규모로 볼 때, 가까운 시일에 노선신설에 나설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세종시를 기점으로 운행 중인 고속버스는 서울 강남과 부산 노포와 사상, 마산·창원으로 가는 4개 노선이 전부다. 최근 2개 운수업체가 울산 노선을 인가받아 곧 신설될 예정이지만, 적자를 감수하면서 노선확대에 나설 운수업체가 더 있을지는 미지수다.

# 왜 볼품없는 가설건물인가

지난 7월 공사가 진행 중인 터미널 모습.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가설 건축물이다.
대평동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 상당수가 행복도시 첫 관문인 터미널이 왜 볼품없는 가설 건물로 지어졌는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도시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곳이 역과 터미널인데, 세종특별자치시 위상에 뒤떨어진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왜 그럴까. 현재의 터미널 역시 정식 터미널이 건설되기 전까지 운영되는 임시터미널이기 때문이다. 현 대평동 터미널 부지를 사업주체인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이 무상으로 임대받아 건축에 나섰다. 조합은 후면 주차장 조성을 포함해 12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기간은 정식터미널 사업이 진척될 때까지로 한정됐다. 때문에 조합측이 터미널 건축에 자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었다. 수년 뒤 짐을 싸야할지도 모르는 만큼, 최소한의 건축비만 투입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용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경관조명, 조경, 이용객 주차장 등 시설투자가 이뤄질리 만무했다. ‘행복도시 첫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건축에 반영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그 사이 조합은 수익성 확보에만 매달렸다. 최근 터미널 내 매점 운영자 선정에 나선 것도 그 일환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정식터미널 건축은 언제쯤 이뤄질까. 행복청 관계자는 “행복도시 인구가 30∼40만 명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소 5∼6년은 지나야 정식터미널 건립계획이 논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한솔동 정차, 못하나 안하나

승용차를 가지고 터미널을 이용하려면 ‘일반차량 우회전 금지’를 위반하고 BRT전용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용객 주차장 조성, 진입로 설치 등이 시급하다.
한솔동 첫마을아파트 주민들이 터미널 이전에 대해 가장 많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걸어서 이용할 수 있었던 시설이 강 건너 대평동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 상당수가 “행복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한솔동에 거주하는 만큼, 대평동에서 출발한 고속버스가 한솔동에 정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할 때, 일리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게 ‘행정’의 답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속버스’란 법률적으로 ‘시외버스’ 범주 안의 ‘고속형 버스’에 해당된다. 그런데 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고속형 버스를 기점과 종점의 중간에 정차하지 않는 운행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단 시행규칙에 예외규정을 둬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 1곳만 중간 정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평동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가 정부세종청사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것은 이 예외규정 때문이다. 주민민원이 빗발치는 ‘한솔동 정차’가 가능하려면 정부세종청사 정차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므로 수용하기 어려운 민원이라는 의미다.

단 시외버스의 경우 이런 규정에서 자유롭다. 행복도시에서 서울, 인천공항 등 수도권으로 향하는 10개 노선 39회 시외버스가 한솔동에 정차하면 민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행정’은 이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토부 담당자는 “광역자치단체장이 결정할 일”이라고 전제하며 “세종시 내부 대중교통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행복청 담당자는 “1생활권, 3생활권 주민들까지 시외버스 정차를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세종시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 시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중교통 연계확대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지 정차지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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