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분석 | 세종교육 앞날은?

교무행정사 내년부터 도입, 교사는 가르치는 일 진력
혁신학교 내년 4~5교 시작, 예정구역·면 골고루 지정
초등 1~2학년 학습보조교사 배치 “기초부진 없앨 것”

올해 고교입시부터 ‘성적우수자 우선선발전형’ 폐지
정책용역→공청회 등 거쳐 현 중2부터 고교 평준화
“캠퍼스고, 특목고 못 가는 학생 특목고 수준 교육”

최교진 세종교육감이 구상 중인 세종 캠퍼스고등학교 운영 모델.
“시민들이 새로운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것이다.” 최교진(60) 세종시교육감이 지난 6·4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내놓은 해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세종에 맞는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은 기존 교육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최 교육감에게도 ‘진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그는 ‘전교조 출신’이다. 사실 전교조 활동 이전부터 참교육 운동을 했다. 스스로를 ‘참교육 1세대’ ‘전교조의 초심’이라고 한다.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끄는 세종교육의 미래는 어떨까?

지난 7월말 세종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했다. 14일에는 인수위 백서도 출간했다. 백서는 세종교육이 어디로 갈 지에 대한 밑그림이다. 백서를 통해 세종교육의 내일을 미리 살펴봤다.

학생 행복의 전제조건은?

2기 세종교육의 비전은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다. 학교 혁신이 학생 행복의 전제조건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결재 판을 들고 다니지 말고 동화책이나 시집을 들고 다녀라.” 최 교육감이 교사들에 당부한 말이다. ‘새로운 학교’의 개념은 이 한 마디에 응축돼 있다. 즉 학교를 행정중심에서 교수-학습 중심으로 바꿔놓겠다는 의미다. 학교의 본질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교사들이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교원 업무 정상화’는 최 교육감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으로 분류된다.

교무행정사 배치가 이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현재 수습교사들을 행정보조업무에 투입하고 있는데, 전문성을 갖춘 정식 학교직원으로 교육청이 직접 선발해 인사관리까지 하기로 했다. 예산은 수습교사를 행정업무에 쓰지 않기 때문에 대체 가능하다. 당장 내년 1학기부터 현장에 교무행정사를 배치한다는 게 최 교육감의 계획이다.

교육부 지정 연구·시범·선도학교 지정, 각종 경시대회 참가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교사들이 이런데 매달리면 수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어차피 한정된 예산을 쓰는데 더 필요한 곳에 써야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시교육청 학교지원과에서도 ‘교원행정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각 학교의 교무실과 행정실 업무를 분석한 뒤 업무분장 예시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조리,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화(무기계약직)로 가닥을 잡았다. 임금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인사·신분상의 안정은 꾀하겠다는 생각이다. 학교별로 선발해 관리하던 방식도 교육청이 선발해 학교별 인사이동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학교를 혁신하라

새로운 학교, 즉 학교가 혁신의 대상인지 아닌지는 생각의 차이다. 지금 이대로의 학교로 충분하다면 혁신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최 교육감이 학교혁신을 부르짖는 이유는 학교가 잘못됐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한다.

그가 보는 학교는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본질을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교사가 스스로 연구하고 더 잘 가르치는 데 방해되는 요인을 제거해 줄 테니 ‘잘 가르치는’ 본질로 돌아가자고 한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간 학교모델이 ‘혁신학교’다. 당연히 혁신학교의 기저에는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교육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다시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임용고시에 합격해야만 그 직업을 꿰찰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질을 갖춘 교사들이 잠재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다면 혁신학교는 이미 성공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혁신학교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학교마다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과 교육과정도 학교마다 똑같을 수 없다. 수업과 교육과정을 바꾸는 건 교사의 몫이다. 협력적인 배움으로 수업설계를 새롭게 해야 하고, 평가방식도 바꿔야 한다. 이 때 교육청은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자가 아니라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시교육청은 교사·전문직으로 구성된 학교혁신지원단을 구성하고 교사에 대한 컨설팅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 전체 학교의 10% 수준, 4~5개 학교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3교(혹은 2교), 중학교 2교 정도다. 면 단위 학교와 예정지역 학교를 골고루 선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초·중·고 47교 중 27교가 연수를 마쳤다. 금주 중 한국교원대에서 2박 3일 과정의 연수가 예정돼 있는데 신청 인원이 많아 당초 60명 규모에서 100명 규모로 정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 교육감은 “학생 중심의 교육에 대한 의지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했다.

초등학교 1~2학년 교실에는 학습보조교사도 배치된다. 학습부진학생이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규교과 시간에 담임교사와 협력수업을, 방과 후에는 단위시간 수업목표 미 도달 학생과 기초부진학생들을 개별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최 교육감은 “학습보조교사는 재능기부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유급’으로 채용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세종 캠퍼스고등학교의 벤치마킹 모델인 핀란드의 야르벤빠고등학교
캠퍼스고교, 혁신학교의 완성

최 교육감의 공약 중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세종 캠퍼스고등학교 설립이다. 최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완성’으로 여기는 듯했다. 올해 안에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행복도시건설청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육감이 구상하는 세종 캠퍼스고등학교는 인문학중점고, 과학중점고, 예술중점고, 직업계 특성화고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4개 학교를 하나의 캠퍼스 안에 단과대학 형태로 배치하는 게 골자다. 도서관, 체육시설, 공연장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건설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인문학중점고는 ‘인문계열 교육과정+외고(국제고) 수준의 심화과정’, 과학중점고는 ‘자연계열 교육과정+과학고 수준의 심화과정’을 운영한다. 한 마디로 특목고에 진학하지 못하는 수준의 학생들을 선발해 특목고 수준의 학생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예술중점고는 기존 예술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대입 실기지도까지 가능하도록 할 구상이다. 일반계고에서 음대, 미대를 준비하려는 학생들이 대상이다.

캠퍼스고등학교는 적성, 선호 등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청소년기의 특성도 고려했다. 가령 과학중점고에 입학했다가 인문학 쪽에 더 큰 관심이 생기면 인문학중점고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일반 고교에서는 소수의 학생이 선택하는 교과는 학급편성이 불가능하지만 캠퍼스고등학교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4개 학교 학생이 선택하고, 학교 간 이동수업이 가능해서다. 교육청은 학교 간 학점이수, 인근 대학 및 전문기관과 연계한 학점 이수도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최 교육감은 “세종 캠퍼스고등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미래형 고등학교 모델을 지향한다”며 “우수학생에 대한 특목고, 국제고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학교서열화 욕구를 해소하고 고교 교육의 수평적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캠퍼스고 설립을 통해 교육을 위해 세종시로 이사 오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고교평준화, 빠르면 현 중2부터

최 교육감은 이미 여러 차례 고교서열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가려 뽑는 데 대한 강한 거부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고교 평준화다. 일단 올해 중3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성적우수자 우선 선발 전형’을 폐지키로 했다. 각 고등학교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성적 좋은 학생을 입도선매하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최 교육감이 수월성 교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월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성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고교 평준화라는 말 앞에 ‘상향식’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특목고에 진학하지 못하는 수준의 학생을 특목고 수준으로 교육하는 세종 캠퍼스고등학교가 그 대표적 사례다.

고교 평준화는 올해 선발기준 등에 대한 정책연구를 발주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및 의견수렴을 거쳐 현재 중2가 고교에 진학하는 2016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핀란드 야르벤빠고등학교의 원형 건물내부(아레나). 인문중점, 과학중점 등 개별학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이 원형 건물 안에 집중돼 있다.
보편적 복지, 문제는 돈

최 교육감은 5대 정책과제, 24개 중점과제, 60개 세부과제로 공약을 나눴다.
이 가운데는 이춘희 시장과도 협력할 과제들이 상당수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활용한 지역농산물 무상급식이 대표적이다. 최 교육감은 이 시장의 로컬푸드 공약에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 이미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시와 교육청이 50%씩 비용을 부담하면 현 중학교까지인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소년 교육·문화·교통카드도 이 시장 공약과 연계 추진할 과제다.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은 교육청이 일괄 구매하면 거품을 뺄 수 있어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란 게 최 교육감의 생각이다. 교복나눔센터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고교 수업료 지원, 체험학습비 지원 등의 ‘보편적 복지 공약’도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사서교사 및 사서보조교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은 밝혔지만 예산이 고민이다. 최 교육감은 “사서가 있느냐 없느냐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하늘과 땅 차이”라며 “어머니들이 자원 봉사하는 개념으로는 충분치 못해 전문성을 갖춘 사서교사를 유급으로 뽑아야 한다”고 했다.

최 교육감은 인사시스템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우선 교육비리 관련자는 무관용 퇴출제,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을 도입하기로 했다. 4년 임기를 한 번 더 보장하는 학교장 중임평가는 법대로 실질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4년 임기가 끝난 시점에서 평가를 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중임을 금지하겠다는 것. 마찬가지로 공모제 교장도 4년 임기의 절반인 2년 후 평가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최 교육감은 “물론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재원이 중요하다”면서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어떤 일을 우선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시성 행사 등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될 예산을 줄인다면 아이들에게 더 유익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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