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이 기업인(5)]김복경 제니컴 대표, 사람과 사람 연결 ‘부드러운 카리스마’

2000년 직원 1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30여명. 연매출 2000여만 원에서 30억원. 전국에서 국제회의 기획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기업 등등.

아줌마에서 어엿한 기업 CEO가 된 김복경(47) 제니컴 대표 얘기다. 남들이 가지 않는, 국내서는 생소한 국제회의 기획 분야에 도전해 거둔 성과로는 급성장했다는 평이다. 대전에서 창업해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정확히 PCO다. 국제회의 전문용역을 주로 하며 각종 국제회의, 전시회 등 개최 관련 업무를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위임받아 부분이나 전체적으로 대행해 주는 기업의 CEO다.

그는 회의 개최에 따른 인력과 예산의 효율적 관리, 시간과 자금의 절약, 세련된 회의 진행을 가능케 해주는 일을 한다. 무형의 서비스업에서도 종합선물세트 같은 업무인 셈.

그래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성을 중시한다. 회사 사훈도 ‘상생,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며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에 앞서 직원들에게 스스로 행복해져야 하고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윤 창출에 앞서 김 대표가 늘 강조하는 것이다.

그가 국제회의 기획 분야에 뛰어든 것은 1992년. 당시 국제회의 기획 업무를 하는 한 중소기업에서 1년 6개월여 직장 생활을 하며 업무를 터득했다. 그런데 결혼하며 회사를 퇴직했고 두 아이를 출산하는 사이에도 홀로 프리랜서로 일했다.

국제회의 행사 하나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통상 짧게는 1년에서 2~3년 정도 소요되는 게 업계의 특성. 이런 가운데 “시간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팀’을 구성해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남편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김 대표는 “남편의 꼬임에 넘어갔다”며 웃었다.

그래서 2000년 제니컴을 창업했다. 당시 김 대표와 직원 한 명 총 2명이 시작해 지금은 30여명의 인력에 13년 만인 지난해 매출 30억여 원을 기록했다.

성공한 CEO 치고 고생하지 않은 기업인이 어디 있겠나. 그 역시 창업 때 사무실 구할 돈이 부족해 당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 내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10㎡(3~4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얻어 시작했다. 발로 뛰며 여성경제인을 지원하는 루트를 찾아 마련한 것.

김 대표는 “사실 창업할 때 준비는 커녕 큰 목표나 목적 같은 게 없었다”며 “그저 뚝심, 배포, 이런 거 하나 가지고 시작했다”고 했다.

2004년에는 자외선 UV Detector 감지 제조업을 전담하는 UV사업본부를 추가해 현재 MICE(마이스)사업본부와 함께 2개의 사업부서를 두고 있다. 반도체 중소기업을 다니던 남편 손정환(50)씨가 이사로 참여해 제조업 기반을 만든 것. 현재 남편 손씨는 제니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니컴은 오는 7월 1일 창립 14주년을 맞는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국제학술회의를 가장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PCO들이 학술회의를 하다가 돈이 안 되면 행사 기획 쪽으로 옮겨 가는데 제니컴은 전기, 전자 등 이공계 분야 학술회의를 전문적으로 해 오면서 경쟁력을 갖춘 것.

그가 학술회의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제니컴 독자의 IT솔루션 Cy-MICE 시스템과 ERS 시스템이다. 학술회의의 등록과 숙박은 물론 논문접수와 심사를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현재 국내 많은 학술회의에서 편의성 등을 인정받아 의학, 인문학 분야 컨퍼런스를 비롯해 정부나 지자체 컨벤션에 넓게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제니컴에는 별도의 영업부서가 없다”며 “현장에 나가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모두 영업맨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꼼꼼한 준비를 거쳐 최고의 현장을 운영하는 것이 바로 고객 감동의 지름길이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갖춰져 서비스에 감동한 고객들이 다시 회사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컨벤션 업계는 물론 중소기업들의 인력난도 지적했다. “좋은 인력을 채용해 회사가 크는 게 기본이 돼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지방에서 좋은 스펙을 가진 인재들이 대부분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면서 지방 중소기업들이 좋은 인력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PCO를 하면서 느끼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고 단순했다. 바로 ‘메모’하는 습관과 ‘사고의 유연성’이다.

국제회의 기획 업무의 경우 기억해야 할 일들이 많아 결국 메모하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꼼꼼한 준비를 거쳐야만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갖기까지 메모가 자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다이이어리.

실제 김 대표 집무실 방 한쪽에 놓인 책장에는 창업하기 전부터 국제회의 기획 업무를 하며 느낀 소회 등을 적은 수십여 권의 다이어리가 꽂혀 있었다. 그는 “다이어리는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사람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어서 고객 서비스 감동이 없으면 그 다음 일을 추진할 수 없다”며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밀고 나가지 않고, 포기도 쉽게 한다. 다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준다”고 했다.

제니컴의 이 같은 고객을 위한 신뢰 쌓기는 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으로 연결된다. 김 대표는 ‘매출의 1%’를 사회에 환원하는 나눔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사내 소모임인 ‘동행’을 통해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저소득층 가정 자녀를 지원하는 지역 희망학교 등을 후원한다. 연탄 나눔, 어린이날 행사 후원 등 지역에서 하는 각종 나눔 행사에 직원들이 진행 요원으로 참여해 도와주는 것도 ‘1% 기부’의 일환이다.

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상생’이 제니컴의 비전”이라며 “무엇보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직원들 사이는 물론 협력업체에도 존중하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고객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여성 경제인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내 자신이 무모하게 도전했듯이 생각에서 끝내지 말고 실행하고 실천하라”고 했다. 준비만 잘하는 것은 허수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기관장, 협회장 등 지역 유관 단체장 회의 때 가면 다른 CEO들로부터 종종 ‘김 대표는 미소천사’야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웃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성공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