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는 의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로비

1822년 윤3월 16일. 43세의 촉망받는 관원 박내겸(朴來謙)이 과거 시험관 후보로 뽑혀 궁궐로 들어가던 중 순조 임금의 호출을 받았다. 창덕궁 희정당으로 들어가니 임금은 친히 봉투 하나를 주며 “내려가 잘하도록!”하고 간단히 격려했다.

박내겸은 봉투를 경건히 받아 소매에 넣고 바로 물러 나왔다. 봉투에 쓰여진 대로 서대문 밖으로 나가 열어보니 청천강 이남인 평안남도 지역 암행어사로 나가라는 명령이었다. 봉투에는 사목책, 마패, 구리로 만든 자인 유척 둘이 있었다. 사목책은 업무 수행 지침서이며, 유척은 시체를 검시하거나 형구나 도량형이 규정에 맞는가를 단속할 때 쓰는 것이다.

박내겸은 친분이 있는 김후근 등 3명과 장교인 조익렴, 경기감영 아전 노유종, 노비 종남을 수행원으로 선발하여 길을 떠났다. 흔히 암행어사 출두 때 방망이를 들고 덤벼드는 역졸은 청파역과 연서역에서 6명을 차출했다.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해어진 도포와 부서진 갓의 초라한 행색으로 길을 떠났다. 얼굴 아는 사람들이 보이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지나쳤다.

개성을 지나자 이미 암행어사가 파견되었다는 정보가 돌아 고을 입구마다 포졸들이 나와서 검문을 하였다. 박내겸은 귀양간 친지에게 책을 전하러 가는 길이라고 둘러댔다. 주점에서 만난 기녀들로부터도 귀한 분인 것 같은데 혹시 어사가 아니냐는 탐문을 받았다. 관찰사가 기생들에게까지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관찰사나 수령들은 한양에서 암행어사가 파견됐다는 소식이 있으면, 길목은 물론이고 주점과 여관 등을 탐문했다. 부정부패가 심할수록 암행어사 색출에 혈안이 되었는데, 뇌물과 미인계로 회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사가 넘어가지 않고 비리를 파헤치면 수하를 시켜 살해하기도 했다.

박내겸에게도 평안관찰사가 만홍(晩紅)이라는 관아 기생을 보내주었는데 용모도 꽤 예쁘고 대나무를 잘 그렸다. 박내겸은 망설이다 결국 만홍이와 만리장성을 쌓았다.

조선 조정에서 지방으로 파견한 암행어사는 모두 700여 명으로 박문수를 비롯하여 이황, 정약용 등도 암행어사 출신이다. 암행어사는 임금을 대신하여 팔도의 민정을 살피고, 감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뇌물 수수와 기생 수청 등 과다한 접대를 받았다. 개중에는 지방 토호로부터 향처(鄕妻)를 얻기도 했다.

향처는 암행어사가 머무는 수개월 동안 수발을 들다가 임무를 마치고 한양으로 올라가면 동행해 첩살이를 했다. 암행어사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관원들이 지방으로 출장을 가면 현지 수령이 관기들을 동원해 ‘성접대’를 했다. 따라서 조선 관원들은 지방 출장이 힘든 여정이기는 했지만, 각 고을 미인들을 품에 안을 수 있는 합법적인 섹스 유랑이기도 했다. 해서 ‘객고(客苦)를 푼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최근 건설업자가 연예인과 여대생, 심지어 주부까지 동원해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성접대와 성로비를 했다는 폭로로 시끄러운데, 성접대는 의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로비에 해당한다. 성매매 여성과의 잠자리는 각종 성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고, 색다른 섹스에 자칫 과도하게 흥분하면 복상사와 같은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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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서울 강남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1961년생. 비뇨기과 전문의. 한국 남성의학 연구소 소장. 대한 비뇨기과학회 정회원. 대한 남성과학회 정회원. 대한 비뇨기과 개원의협의회 정회원. ISSM (세계 성의학회) 정회원. 대한의사협회 정회원.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제22.23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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