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분식 (대전 서구 삼천동 문정초교 후문 옆)

'오래 살고 싶으면 국수를 먹어라'는 말이 있다. 국수가 음식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긴 까닭에 '장수'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결혼식 피로연때 신랑 신부의 결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잔치국수를 대접했다.

그래서 언제 결혼할 거냐를 묻는 뜻으로 "국수 언제 먹여 줄 거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는 국수가 너무 흔하기 때문에 결혼잔치와는 별 관련도 없는 음식인데도, 관습적인 말이 아직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 잔치국수는 회갑연, 어른들의 생신 상에도 나왔기 때문에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잔치국수.다른 곳과 달리 시원하면서도 칼칼한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그런 잔치국수를 언제나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겨 화제다. 대전시 서구 삼천동 문정초등학교 후문 옆에 있는 ‘행복한 분식’(대표 윤복임55). 이집은 잔치국수와 떡볶이로 이미 미식가들 사이엔 유명한 집이다. ‘손님은 먹어서 행복하고 주인은 팔아서 행복한 집’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집이지만, 보기에도 허름하고 안에 들어가 봐도 허름하다. 하지만 30㎡(10평)도 안 되는 작은집에서 뿜어 나오는 음식 열기만큼은 온 동네를 휘감아 돈다.

잔치국수하면 입맛이 없을 때 집에서도 간단하게 멸치국물에 김치 송송 썰어 넣고 후딱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이집은 잔치국수,수제비,떡볶이,군만두가 주력메뉴인 분식 전문점이다. 가격도 3천원이 제일 비싸다.

   

   

   

   

잔치국수는 한마디로 시골에서 잔치 때 먹던 그 맛이다. 그래서 어느 식당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일품이다. 잔치국수의 술술 넘어가는 그 맛과 육수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으로 입맛을 더 당겨주는 그런 맛이다.

잔치국수에서 제일 중요한건 국수보다 육수다. 멸치와 5가지 천연재료를 넣고 2시간 이상 끓여 육수를 뽑는데 거기에서 잔치국수의 깊은 맛이 나온다. 고명으로 계란지단과 유부,김가루,고추가루, 대파와 깨소금 그리고 청양고추가 들어가 정말 시원하면서도 칼칼한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겨울에는 김장김치가 나오고 봄에는 겉저리, 여름에는 열무김치가 나오는데 이것 역시 별미다.

   
손님들이 조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주방.

이집이 다른 곳과 다른 것은 보통 잔치국수에는 고추가 안 들어가는데 이집은 청양고추를 넣어 고추가 육수에 녹아 들어가 칼칼하면서 얼큰하며 담백한 맛까지 배어나와 중독성이 강한 맛이다. 그래서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이집을 다시 찾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한다.

이집은 원래 삼천동 세이브존 옆 노상에서 6년 동안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잔치국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집이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이집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포장마차를 접고 이곳에 작은 점포를 얻어 들어왔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포장마차 때 매일같이 들리던 단골들이 지금의 점포로 이전한건 모르고 없어진 줄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시골 손수제비. 과음후 속풀이에 인기가 많다.

떡볶이는 관록이 붙은 품목이다. 고추장 고춧가루와 8가지 재료를 넣고 양념장을 만드는데, 텁텁하지 않고 매콤하면서 달작지근한데 그 속에서 감칠맛이 나면서 개운한게 특징이다. 떡과 어묵,군만두,김마리,계란이 들어간 떡볶이를 먹고 나면 연신 입안에서 화끈함을 연발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손이 간다.

보통 분식집하면 메뉴가 50여 가지나 되는데 이집은 9가지밖에 없다. 그중 ‘시골손수제비’가 인기가 많다. 이집 비법 육수에 수제비를 수저로 떠놓고 고명으로 부추,고추,감자,김가루를 넣고 나오는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맛이 얼큰한게 특징이다. 그래서 과음한 다음 날 속 풀이용으로 먹어도 아주 좋을 것 같다.

   
6년 관록의 떡볶이. 매콤하면서 달작지근하고 감칠맛이 나면서 개운한게 특징이다.

이집의 특징은 모든게 내 가족, 내 식구가 먹는 것처럼 깔끔하게 음식이 나온다. 물 하나만 봐도 그냥 정수기 물이 아니라 항상 보리차로 끓여서 나오는 정성을 보여준다. 거기다 조리하는 모습을 손님이 직접 한 눈에 볼 수 있어 위생적인 조리를 판단할 수 있다. 또 부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새벽2시까지 늦게까지 영업을 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식사시간에는 몰려드는 손님들이 많아 워낙 바쁘다. 직장인, 아줌마들의 계모임, 학생 등 찾는 층도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손님들이 먹고 나면 알아서 그릇도 비워주고 물도, 김치도 셀프로 가져다 먹고 서빙도 도와주는 등 손님하고 가족처럼 지내는 것도 특징 중에 특징이다. 또 음식 자체가 분식이다 보니 미리 만들어 놓은게 없다.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즉석에서 만들어 나오는데 미리 전화한번주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남편 고정규씨와 윤복임 대표.

   
메뉴표.

   

   

   
계란지단,유부,대파 등 정갈한 재료.

   
국물따로 국수따로 포장을 해가는 사람도 많다.

윤복임 대표는 김천이 고향으로 가정주부로 있다 6년 전 평소에 갈고 닦았던 음식솜씨로 포장마차를 시작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후덕하고 푸짐한 인심과 손님 입맛에 맞는 뛰어난 손맛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영동 상촌이 고향인 남편 고정규씨(59)가 힘든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참으로 부지런 하다. 1남4녀의 가장이라 열심히 일을 하지만 다산을 원하는 이 시대에는 진정한 애국자(?)라 할 수 있다.

   
대전시 서구 삼천동 문정초교 후문 옆에 있는 '행복한 분식' 전경

잔치국수는 한마디로 우리가 흔히 먹었던 소면이다. 소면은 옛날엔 귀한 음식이라 잔치 때나 먹었기 때문에 잔치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저렴하면서 푸짐하고 맛도 좋은 잔치국수, 오늘은 삼천동 ‘행복한 분식’에서 먹어보자. 아마 행복한 식사가 될 것이다.

연락처:042-484-2080
영업시간: 오전 11시~새벽 2시
휴일: 매주 일요일
주차: 별도 주차장이 없어 주변에 적당히 주차해야 한다.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삼천동 1113문정초교 후문 옆 ‘행복한 분식’
좌석:30석
포장: 가능
차림표: 잔치국수 3,000원, 떡볶이 2,000원, 군만두 2,000원, 수제비 3,000원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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